詩가 있는 풍경

봄비 내리던 날
강풍이 불었다

아파트 옥상
아스팔트 싱글 지붕이
벗겨져 날아가 버렸다

그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남아 있는 싱글들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이다

한 도시를
휩쓸고 지나간 거리마다
말라죽은
나뭇가지들이 널브러졌고

빨갛게 죽은
솔잎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바람은
얼굴을 감추고
제 앞을 막아서는 것마다
정면으로 부딪히며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오늘은
만 자정이 다 지나가기 전까지
하루 온종일
비만 내리면 좋겠다.

비 소리만 듣다가
나도 모르게
한 숨
깊은 잠에 빠져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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