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대혼란] 비닐류·스티로폼·플라스틱 등 배출 금지

재활용수거업체, 수익성 없어 경영난 위기로 수거 거부 확산 온영란 기자l승인2018.04.03 09:07:10l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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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의 모아파트 재활용 수거장. 비닐 전용 수거함에 들어가 있어야 할 비닐뭉치들이 재활용 수거장 바닥에서 뒹굴고 종이전용 수거함에는 폐지가 아닌 비닐 등의 쓰레기들이 뒤섞여 전용 수거함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승강기 및 게시판 곳곳에는 이달 1일부터 비닐류 또는 스티로폼 등의 배출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고문이 게시됐다. 종량제 규격봉투에 담아 배출하라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본격 시작되자 아파트에선 쓰레기 수거장에 비치돼 있던 비닐전용 수거함을 일제히 철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버릴 곳을 찾지 못한 입주민들은 비닐봉투들을 무단적치하거나 폐지전용 마대에 비닐 등을 마구 집어넣는 등 시민의식이 실종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계약을 맺고 수거해가던 업체들이 비닐류 등 일회용 스티로폼 수거 중지를 전면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업체 대부분은 아파트에 일정 비용을 지불한 후 재활용쓰레기를 모두 수거해간다. 이후 수거해간 재활용쓰레기 중 수익성이 있는 폐지나 캔 등 고철류 등을 제외하고 비닐류 등은 다른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를 맡긴다. 하지만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비닐 안에 폐기물이 섞여 있는 등 깨끗한 상태의 비닐류가 아니면 고형연료를 만드는 제조공장과, 이것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나 스팀을 생산하는 발전소 및 소각장에서 중금속과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물질을 유발해, 영업정지 또는 행정처분명령 등을 받는 상황이 빈번이 일어나 결국 반입금지를 통보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플라스틱까지 수거해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입주민들은 혼란과 동시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뽁뽁이 등 포장재를 감싸고 있는 비닐의 양도 많고 부피도 있는데 이를 생활쓰레기로 배출하면 종량제 봉투 비용 부담이 느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오염도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면서 “재활용분리배출마크가 표기된 것도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의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비닐류 및 스티로폼 등의 수거 불가를 홍보하긴 했지만 잘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일단 쓰레기를 갖고 나와 그냥 놓고 가거나 다른 쓰레기 등과 섞어 배출해 관리사무소에서는 또다시 이를 선별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세종청사에서 재활용수거업체들로 구성된 (사)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소속 대표 10여 명과 간담회를 갖고 상황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집운반협회 이경로 이사는 “그동안 많은 손실을 보면서도 비용을 지불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해 왔으나 폐기물 단가는 점점 더 낮아지고 양은 감당이 안 되다 보니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져 ‘수거 거부’가 아닌 ‘수거 포기’가 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그동안 폐비닐류 등은 고형연료로 재활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고형연료 수요도 많지 않은데다 효용 가치가 낮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업체 대표들은 “폐플라스틱의 60% 이상을 수입하던 중국이 지난해 9월부터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모든 재활용품의 가격 폭락과 최종처리업자들의 폐업으로 처리할 곳이 없고, 플라스틱의 30% 이상은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대부분인데다 특히 오염된 비닐 등 폐기물들을 자체 분리하거나 오물 등 제거작업 등이 더해져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들은 그나마 폐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힘든 상황,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폐지까지 국내로 수입되면서 폐지 가격이 급락한 것.  
협회 관계자는 “폐지까지 수출길이 막혀 국내 폐지발생량을 소비하지도 못한 채 국내기업들이 단가가 싼 나라의 폐지를 역수입하는 상황이 발생해 폐지수거도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비닐류, 플라스틱 등에 이어 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한다. 
이렇듯 수거 자체도 되지 않고 가져다 놓을 곳도 없는 상태에서 소각 및 매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체 대표는 “재활용품을 소각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고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내야 되기 때문에 이것 또한 부담”이라고 하소연 한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지자체에 폐기물관리법 제14조에 의거해 지자체에서 수거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지자체가 모로쇠로 일관하거나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대란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전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부는 “최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고 특별팀을 구성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재활용 수거업체에 대한 지원 및 역수입 금지에 대한 방안 마련과 수출처를 찾는 등 방법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활용 분리배출에 대한 철저한 계도 및 홍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실태조사 이후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는 등 업체들과 함께 방안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상황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입주민들의 민원과 수거업체 사이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한숨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온영란 기자  oyr@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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