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6009 차 번호가 내게 다가와
나를 끌고 다닐 때
숫자의 배열이 묘하다는 생각

신호에 차가 멎을 때마다
뒤통수가 간지러웠으나
서른의 초보 운전은 야릇해서 좋았다

단칸방 아이 둘을 낳아
이불 속, 차 번호와 흡사한
6009 배열로 재우던 평화,
어둠을 켜거나
살얼음을 건너기도 하며
조심스럽게 후진을 배우기도 했다

두 개의 섬을 건너야 만나는 
더러는 손끝 뜨거워지는 정이
좁은 방 귀퉁이에 눈물겨웠다

잠든 배후가 소란해질까
낮은 파도에도 섬이 흔들릴까 
아내와 난 침대도 없던 방의 모서리를 사모했다
아득한 새벽, 서른 몇 살 적
참으로 공평하게 가난했던 숨결

아끼던 6009 차와
단칸방이 사라진 후 아이는 늘지 않았다
서른 몇 평 아파트, 섬 없는 육지가
대륙붕처럼 크고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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