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57>

흔히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한 노력은 보상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노력을 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 온 힘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잘못된 노력은 힘만 들고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 나름대로 일하면 다른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나름(depending on)이란 그 됨됨이나 하기에 달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각자가 갖고 있는 고유의 방식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나름대로 일하겠다는 말은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내 방식이 옳은지, 방향은 맞는지, 보편성이 있는지와는 다른 것으로 결국 내 지식과 경험 그리고 판단에 대한 결과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내 생각대로 해놓고 결과가 좋지 않다고 불평할 일이 아닙니다. 입찰공고를 내면서 실적기준일을 입찰서 제출마감일로 하지 않고 공고일로 했는데 지자체에서는 실적기준일은 중요한 사항의 변경이므로 재공고를 하라고 시정명령을 합니다. 재공고는 새로운 공고이므로 기존에 입찰서를 제출한 업자는 다시 입찰서류를 만들어야 하는데 입찰서 제출기한 10일을 줄이지 않아도 기 제출한 입찰서를 유효하게 인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사람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대표라면, 주택관리사 자격을 가진 관리소장이라면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관리소장으로서 갖춰야 할 주의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관리는 내 능력의 범위 안에서 나름대로 하면 안됩니다.

2. 작가는 교정을 보지 못한다.
세상의 어떤 작가도 자기가 쓴 글의 교정은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순서와 내용, 스토리의 전개가 이미 결정돼 있기 때문에 교정을 보려고 다시 읽어도 오탈자가 안보이고 표현의 방법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처음 가는 길은 모르는 것만큼 멀고 볼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매일 다니는 길은 익숙한 만큼 새롭지 않습니다. 작가는 새로운 창작물을 창조하면서 이미 결정된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감상하는 사람은 달리 느낄 수 있고 모르는 길이니 누군가 작가와 관객을 이어주고 해석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예상되는 오류를 여러 번 확인하고 시정해주는 리던덴시(Redundancy) 기능이 프로그래밍의 대원칙이고 여러 단계의 결재라인을 두는 것도 오류를 줄이기 위한 장치지만 항상 결재라인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고 이는 감사에서 적발됩니다. 선관주의가 아니라 나름대로 주의한 결과입니다. 누군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확인해줘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 감사가 확인할 수 있을까요?

3. 노력이 배반당하지 않으려면 가이드가 필요하다.
목적이 없는 노력은 지속하기가 불가능하지만 한 가지 노력만 하면 다른 것은 모자라게 됩니다. 노력과 성공도 질량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므로 관리를 하는 사람은 한 쪽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며 노력에 욕심이 들어가면 실패합니다. 물론 동계올림픽의 사례처럼 훈련방법과 성질이 다른 스키와 스노우보드 2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노력한 선수도 있지만 그는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이니 모델로 삼을 것이 아닙니다. 선수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되지만 관리업무는 두루 잘해야 하는 것이고, 선수는 상대방을 이기면 되지만 관리는 상대방을 이기게 해줘야 하는 것이니 다릅니다. 쉬운 길은 없습니다. 모로 가면 서울 가는 길은 참 먼 길을 가야 합니다. 더구나 관리는 돌아가지 말라고 제반 절차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등산을 할 때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 내 나름대로 길을 가면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났다고 과태료를 받게 됩니다. 좋은 가이드가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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