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 보 춘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경북의 모 아파트는 688가구 규모로 지난 2015년 초 분양받아 그 해 12월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위탁관리업체와 위수탁관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감사로 활동하면서 계약서를 보니 여러모로 의아한 점이 발견됐다.
아파트 관리비 중 직간접 인건비와 제적립금 및 일반관리비 등 3,400여 만원을 위탁사의 청구에 따라 넘겨주는 조건이 명시돼 있는데, 회사의 보증보험이나 다른 주택관리업자의 연대보증서를 제시하지도 않고 업자에게 모두 보내는 불합리한 계약이란 것을 알게 됐다. 만에 하나 임금 횡령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욱 이상한 점은 입대의가 직원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금을 모두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사는 직원 16명의 인건비에 일반관리비 중 ‘기타관리비’라는 명목으로 교육비와 산업안전 대행비, 보건 대행비, 위험부담금 등을 직원 부과해 지금까지 1,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청구해 갔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관할시와 국토교통부에 질의했더니 “부대비용으로 정의돼 있으므로 산업안전 대행비, 산업보건 대행비, 위험부담금의 항목은 일반관리비로 규정함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되며, 계약과 관련된 분쟁에 대해선 법률자문가에게 문의함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됨”이란 답변을 보내왔다.
질문의 핵심을 벗어난 답변이다. 누가 회계처리 분개 계정과목을 물어봤나?
지금 당장 입주민이 납부하는 관리비 구성항목이 문제인데,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리규약에도 없는 것을 어떤 근거로 기타관리비로 부과할 수 있단 말인가.
계약내용도 관리규약상의 ‘위수탁관리 계약서’에 따르면 되는데, 어째서 위탁사가 만든 계약서에 강제돼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청구금액을 다 줘야 하는가. 위수탁수수료만 지불하면 되는데도 그런 근거 없는 조항이 들어가면 입주민 관리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3조(관리비) 및 공동주택회계처리지침 중 일반관리비 47개 항목 표준분류에 의하면 ‘기타관리비’라는 용어나 항목이 없다. 또한 동 시행령 제23조 제6항에는 ‘관리주체는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관리비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해 입주자 등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계약서를 입대의와 협의하거나 동대표들에게 회람한 바도 없고, 입주민에게 밝히기 위해 게시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
당 아파트는 16명의 감시단속적 근로자들로 구성돼 유해, 위험 부담률이 없고 생산직 또는 철근, 광산, 건설 노동자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나 적용되는 위험부담금 및 교육비, 안전보건 대행비 등을 부당 청구해 갔다.
필자는 회사가 부당청구해 간 1,000여 만원의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법적근거 자료(용도사용처)를 제시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처음 답변은 영수증과 회계처리 총계정원장 사본을 넘겨주며 위 사실을 인정하고, 복사비 3만500원을 징구했다. 답변이 미흡해 재차 질의했다.
두 번째 답변은 “계약 당사자인 해당 아파트 입대의와 협의하에 체결된 계약사항이며, 귀하의 요청에 따른 답변이나 제출의무가 없다”고 보내왔다.
왜, 떳떳하다면 사실대로 답변하지 못하는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안전 전문교육기관 및 유해업체 대상 근로자 건강관리 촉탁 병의원과 계약된 계약서 또는 지출한 대행비 영수증 사본 등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불법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필자는 입대의 감사로서 아파트 운영에 관해 밝히고 차기 동대표들과 입주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고, 입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 또한 이 업체가 관리하고 있는 5~6개 아파트 단지에 유사한 사례가 더 있다는 사실을 사법기관이나 시 관계자에게 알려 회수할 의무가 있다.
세 번째 질의를 보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고, 국토교통부는 시청으로 이송했다. 시 관계자가 설명한다고 해 만났으나 마치 회사 대변인처럼 황당한 말만 늘어놨다.
▲기타 관리비에 대해 질문하니 복리후생비에 포함되는 사항이다 ▲위탁수수료를 3.3㎡당 1원씩 책정해 입찰에 응하니 모두(회사)가 어렵다 ▲위탁관리는 쌍방계약에 따르므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 ▲산업안전 대행비 지출에 대해 물으니 휴대폰 사진 1장을 내보이며 모 병원과 계약됐다고 한다(아파트 근로 계약자 명단도 없다) ▲입대의와 주택관리업자 간 계약이니 분쟁이 발생한다면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설명을 했다.
근본적으로 본 아파트는 근로자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니,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기타관리비(대행비, 위험부담금 포함)를 이중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 회사 측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조건의 계약을 인정하고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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