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른 구시가지

 

호수처럼 잔잔한 도시 중세의 낭만을 간직하다

 

▲ 루체른 카펠교

아름다운 호반 도시 ‘루체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의 이름은 분명 루체른(Luzern)일 것이다. 
스위스 중부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이자 스위스 26개 연방주 중 하나인 루체른은 스위스를 소개하는 자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여행지다. 리기(Mt. Rigi), 필라투스(Mt. Pilatus), 티틀리스(Mt. Titlis) 등 알프스의 명산과 아름다운 피어발트슈테터 호수(Vierwaldstattersee)를 모두 품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루체른 도심은 아담해서 도보로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루체른역을 나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잔잔하고 투명한 로이스(Reuss)강이다. 강 위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 카펠교(Kapellbrücke)가 놓여 있다. 일자로 곧게 뻗어있을 뿐인 투박한 모습이지만 루체른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어울리는 은은한 우아함이 있다. 카펠교 지붕 아래 들보에는 스위스 역사상 중요한 사건과 루체른 수호성인의 생애를 형상화한 122점의 판화가 그려져 있다. 카펠교에서 이어지는 구시가지에서 중세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껴봤다면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 루체른 빈사의 사자상

과거 스위스는 강대국 틈새의 척박한 땅에 자리한 빈국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신뢰를 잃으면 자식 세대는 영원히 용병을 할 수 없을 거라 믿었기에 스위스 용병들은 맡은 일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완수해내곤 했다. 프랑스 혁명 당시 파리의 튈르리 궁전을 끝까지 지키던 것도 이들이었다. 
빈사의 사자상은 이때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조각이다. 화살을 맞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자의 모습은 충성스럽고 용맹한 스위스 용병의 모습이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 아버지의 모습인 셈이다.

 

▲ 베른 구시가지

고즈넉한 감성 도시 ‘베른’

스위스의 수도가 베른(Bern)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취리히도, 제네바도 아닌 베른. 빨간 지붕을 얹은 오래된 건축물과 푸른 숲, 도시를 휘감아 도는 강과 옛 돌다리를 지닌 베른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마천루로 대변되는 여느 나라의 수도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베른(Bern)이라는 이름은 곰을 뜻하는 단어 베렌(bären)에서 유래했다. 도시를 세운 베르흐톨트 5세(Berchtold V of Zahringen)가 사냥 중 처음 잡은 동물의 이름을 따서 도시명을 짓겠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곰이었던 것이다. 
베른 곳곳에서는 곰을 만날 수 있다. 베른의 상징인 치트글로게 시계탑(Zytglogge Zeitglockentrum)에서는 뻐꾸기 대신 곰이 나타나 종을 울리고 기념품 상점에는 곰이 그려진 깃발, 인형, 기념품이 가득하다. 심지어 진짜 곰이 살고 있는 공원까지 있다. 그야말로 ‘곰의 도시’다. 
도시 곳곳을 연결하는 트램과 버스가 있지만 구석구석 숨겨진 볼거리를 찾아다니기엔 도보 여행이 제격이다. 베른의 구시가지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기에 화려하기보다는 감성적이다. 하늘을 조각조각 나누며 얼기설기 얽혀 있는 트램 선이 그렇고, 신화와 성경의 인물부터 어린이를 잡아먹는 식인귀(Ogre)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서 있는 수많은 분수대가 그렇다.
슈피탈거리(Spitalgasse)에서 시작해 시계탑과 대성당을 지나 니데크 다리(Nydeggbrücke)까지 걷다 보면 베른의 고즈넉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 베른 장미공원

다리를 건너면 베른 여행의 하이라이트 장미공원(Rosengarten)이 나타난다. ‘장미공원’이지만 장미보다는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공원으로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른 언덕이지만 베른의 전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오르면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본격적으로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장미공원에는 사랑이 꽃핀다. 
고풍스러운 중세 도시를 배경으로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은 낭만의 도시 베른에 가장 어울리는 풍경이다. 

여행정보

•대한민국 국민이 관광목적으로 스위스에 입국 시 90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스위스에서는 지역에 따라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를 사용한다. 루체른과 베른 지역은 모두 독일어권이며 통화는 스위스 프랑(CHF)을 사용한다. 
☞스위스 관광청= 스위스 지역별 여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무료 관광 책자와 할인쿠폰, 기념품 교환권을 제공한다. www.myswitzerland.com
☞베른 관광안내= www.bern.com
☞루체른 관광안내= www.luzern.com/kr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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