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쉼표가 있는 삶, 저녁이 있는 삶. 많이도 들어본 아름다운 말이다.
태초에 쉼표를 누가 만들었을까. 6일을 일하고 7일 째는 쉬라고 하나님이 만들었을까.
빠르지 않으면 도태되는 작금이다. 무한경쟁 속에 뒤돌아 볼 여유도 없는 오늘이다. 속도와의 전쟁 속에 숨 고를 여유도 없는 시간이다. 어디에다 쉼표를 찍고 어디에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인은 차라리 행복이어라.
우리의 인생에 찍어야 할 쉼표와 마침표가 오지선다형(五肢選多型)이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쉼표가 있어 시가 살아나고, 음악이 살아난다.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쉬어가는 그 쉼표가 있어 아침이 아름다운 나라가 된다.
쉼표는 아주 쉬라는 것이 아니다. 잠깐 호흡을 고르라는 것이다. 역경과 시련, 갈등과 분노, 좌절과 절망, 쉼표가 필요할 때다. 내 인생의 방향을 점검하고, 내 인생의 리듬을 조율하고, 내 인생의 활력을 재충전하는 쉼표.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 어찌 장애물이 없을까. 
쉼표가 필요한 때다. 질병이 있을 때는 병원에서 쉬어야 하고, 실패가 있을 때는 집에서도 쉬어야 한다. 쉼표는 다음을 위한 과정이고, 준비를 위한 충전이다.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 내 삶을 추스르는 시간이다.
도로에 잠시 멈추는 정지신호인 쉼표가 없다면 원활한 소통이 있을 수 있을까.
쉼표는 나의 신경이 잠시 모여 나의 정신을 깨우치는 시간이다. 쉼표는 나의 막말의 직관을 나의 이성으로 느리게 하는 시간이다. 쉼표는 인간의 본성인 평상심으로 호들갑을 가라앉히는 시간이다. 쉼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으로 우리 인체의 균형을 잡는 시간이다.
비늘이 있으면 남해의 물메기요, 비늘이 없으면 서해의 물메기다. 비늘이 있는 남해의 물메기축제로 그 뜨거운 탕을 먹고, 망산 전망대에서 해돋이를 본다.
간절한 소망을 오래 빌 사이도 없이 무술년이다.
힘들면 4분 쉼표로 쉬고, 더 힘들면 2분 쉼표로 쉬고, 되기 힘들면 온쉼표로 쉬어가라. 쉼표에는 음높이가 없으니 부담감도 없다. 종점인 마침표까지 서둘러 갈 필요도 없다. 산천경개 좋은 곳에서 쉬었다 가고, 바람 불고 비 오면 쉬었다 가고, 어렵고 무거우면 쉬었다 가자.
쉼표가 있어 노래가 더 구성지고, 쉼표가 있어 연속극이 더 보고파진다.
쉼표가 없는 문학은 문학이 아니라고 했다지.
쉼표가 있는 삶, 마침표를 더 황홀하게 한다.
황진이가 노래한다.

청산리 벽계수야/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쉬어간들 어떠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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