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의 문화답사

❖백제 아좌태자가 그린 ‘성덕태자상’
일본 최초의 스이코여왕(592~628 재위) 시대를 꽃피운 백제 불교문화가 아스카문화다. 아스카 시대의 대표적인 또 하나의 백제인 문화유산이 있다. 일본 최초의 초상화인 ‘성덕(쇼토쿠, 574~622)태자와 두 왕자상’이다. 이 초상화는 세 인물이 칼을 허리에 차고 나란히 서 있는 그림으로 가장 키가 큰 성덕태자가 가운데 서 있고, 어린 두 왕자가 양 옆에 서 있다. 불후의 명작으로 찬양받는 이 초상화는 현재 일본 왕실에 보존되고 있는 비공개품이다.
서기 597년 백제 제27대 위덕왕(554~598 재임)은 아좌태자를 왜 왕실로 보낸다. 이 당시 왜 왕실에 건너가 함께 지내던 아좌태자는 그림 솜씨가 뛰어나 성덕태자와 두 왕자의 전신 초상화를 그려줬다. 성덕태자와 스이코여왕 등 왕실에서는 모두 기뻐했다.
 특이한 것은 일본의 지폐에는 성덕태자 초상화의 얼굴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성덕태자의 초상화가 돈의 앞면에 그려진 ‘일본은행권’은 일본 패전 직후인 1945년 8월 17일 처음으로 발행돼 성덕태자를 기리게 됐다. 이 지폐 뒷면에는 법륭사 사찰의 ‘금당과 오중탑’이 도안으로 인쇄돼 있으며, 현재도 이 돈은 통용된다고 하나 좀처럼 구경하기는 어렵다.
백제의 위덕왕은 아스카데라 준공 축하 사절로서 아좌태자 일행을 직접 스이코여왕에게 보냈다. 본래 아좌태자는 성왕의 제2왕자며, 위덕왕의 친동생이다. 서기 538년에 백제의 성왕이 왜나라 아스카 땅에다 불교를 포교한 지 장장 58년 만에 드디어 나라 아스카 땅에는 백제의 칠당가람이 우뚝 섰으니 이 어찌 경하할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 웅장한 칠당가람을 짓도록 위덕왕은 서기 588년에 사찰 건축가 등 다수의 기슬진과 승려들을 아스카에 파견했고 드디어 눈부신 큰 열매로서 대가람이 준공된 것이다.
❖인물화상경
일본의 중요 문화재에는 한국이 고대 일본을 지배한 발자취가 또렷하게 나타나 있다. 특히 인물화상경이란 청동거울, 일본 국보인 이 청동거울은 508년 백제 제25대 무령왕(501~523 재위)이 왜나라 왕실의 친동생(오호도 왕자. 뒷날의 계체왕, 507~531 재위)에게 보내준 거울이다. 지름 19.8㎝의 이 인물화상경은 둥근 거울의 바깥쪽 테두리를 따라 모두 48개의 한자어로 명문이 새겨져 있다.
503년 8월 10일 대왕이 아우의 장수를 바라면서 굼주리 등 2인을 파견해 거울을 보내는 바 이 거울은 좋은 구리쇠 200한으로 만들었노라고 했으며 현재 일본 와카와야현 하시모토시의 스다하치만신사에 보존돼 있다.
둥근 거울에는 말을 탄 백제왕이며 신하들의 인물화가 선명하게 부각돼 있다. 사람 그림이 새겨져 있어 인물화상경으로 불러왔다. 이 거울에 새겨진 글자들을 풀어보면 왜나라 야마토왕조를 백제 왕족이 성립시킨 단서가 밝혀진다. 당시 왜왕들은 한반도 백제 국왕의 후왕이었다. 일부 일본 학자들은 이 거울이 백제로부터 건너온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연대조작으로 엉뚱한 역사 왜곡을 했다.
1971년 7월 8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감격의 날이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백제 무령왕릉이 공주 땅에서 발굴됐고, 이를 통해 무령왕의 휘가 인물화상경의 사마(斯麻)와 똑같은 사마(斯麻)라는 사실을 고고학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무령왕과 왕비를 모신 이 고분의 2개 묘지석은 특히 무령왕이 523년 5월 3일 승하했음을 입증해줬다. 무령왕과 왕비의 왕관 장식이며 매장 유물들에선 왜나라 고대 왕가 분묘의 발굴물과 똑같은 것들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묘지석은 한일 고대 관계사의 수수께끼를 일시에 풀어준 가장 눈부신 역사의 기념비로 주목됐다. 한일 고대사를 새로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호도 오호도/ 가슴으로 불러보면// 오래 쌓인 슬픔이/ 슬픔으로 날아와/ 나를 울리네// 오호도 왕자/ 내 아우야// 무슨 말로/ 우리의 정 다 말하겠는가// 다만,/ 오래만 살아다오//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만나/ 기쁨의 눈물 흘릴 날 꼭 있으리니// 내 얼굴이 눈에 삼삼 보일 때/ 이 청동거울을 보거라/ 나를 보듯이                                          -박영수, <인물화상경- 백제의 왕>전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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