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의 백제 문화유산 (9)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보리심

박영수의 문화답사 박영수l승인2018.02.22 12:45:08l10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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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기 스님은 어떤 인물인가?

 그 무렵 전국에 수많은 신도를 거느린 생불 같은 존재였다. 일본 고대 불교사며 고승전 ‘원형석서, 13세기 초’에 그는 668년 지금의 오사카부 사카이시에서 백제인 왕인박사의 후손으로 태어났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행기 스님은 처음에는 일본 나라지방을 비롯해 전국 각지를 돌면서 포교에 앞장섰던 포교승이었다. 특히 빈민구제에 전력하면서 잠자리가 없는 부랑인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곤궁한 농민을 위해 가뭄에 도랑을 파줬다. 다리를 건설하고 방죽을 만들어 주는 등 관개농업도 이끌었다. 행기 스님이 가는 곳에는 새로운 제자들이 생겨났고, 신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설법을 들었다고 일본 왕실 역사책 ‘속일본기’가 전한다. 한때 나라 왕실은 민심선동자로 오인, 감옥에 잡아들이는 등 스님을 박대했다. 그러나 빈민구제와 같은 활동이 차츰 바르게 평가돼 쇼무천황의 존경받는 고승이 됐다.
쇼무천황은 열성적인 화엄불교의 신도였다. 그는 행기 스님을 일본 최초의 ‘대승정’으로 모셨고, 행기 스님 앞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하면서 749년 왕위를 장녀(고켄여왕, 749~758년 재위)에게 양위했다.
동대사 대불전이라는 거대한 금당 안에 모셔 있는 높이 16m가 넘는 비로자나대불을 주조할 때 얼마나 많은 재료가 소요됐을까. 행기 스님이 몸소 써낸 ‘조선사림목지식기, 752년 초경)를 참조하면 대불전 건축과 대불 주조 등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연인원은 당시 일본 전체 인구(500만명)의 약 반수에 달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이 무렵 비로자나대불의 금동불상을 위해 황금 900냥을 시주한 사람은 백제인 백제왕경복(698~766)태수였다.(속일본기)
도쿄대학 미술사학자 구로카와 마요리 교수는 불상을 주조하 는데 앞장선 백제인 조불사(造佛師) 국중공마려(출생년 미상~774)는 백제 왕실의 조신 덕솔벼슬의 국골부의 손자였다고 했다. 또 그 큰 불상을 모신 거대한 목조건물인 ‘대불전’ 전각을 처음 세운 건축가는 신라 출신의 저명부백세(니나베노 모모요. 8세기)로 보인다.
일본 저명 출판사의 ‘인명사전’에는 “저명부백세가 대불 주조에 참여했으며, 조불사 국중공마려와 함께 767년 쇼토쿠천황이 도다이지로 납시어 그에게 벼슬 ‘외종오위하’를 몸소 내렸다”는 대목이 보인다.
구로카와 교수는 “저명부가문은 신라인으로서 일본 역대의 명건축물을 세워왔다”고 밝혔다. 또 도쿄대학 사학과 구매 구니다케 교수는 자기 저서에서 “그 당시 도다이지 건설 총 책임자는 고구려인 출신의 조궁장관인 고려복신(709~789년)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대사 경내에 주목할 곳은 더 있다. ‘가라쿠니신사(행국신사幸國神社)라는 신라 사당이다. 모름지기 이곳은 심상대덕의 신주를 모신 곳으로 본다. 왜냐하면 세 성인의 사당 중 심상대덕의 사당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이마이 게이이치 교수는 자신의 명저에서 “가라쿠니 신사의 ‘신국(辛國)’은 ‘신라’를 가리키는 국가명”이라고 했다.  
동대사 가람은 우리 조상의 옛 터전이다. 그러나 도다이지의 안내책자며 이 사찰 경내 어느 한 곳에도 고대 한국인들이 이 큰 가람을 세우고 세계 최대의 금동불상을 만들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금동불상은 한국인들의 솜씨라는 것이 숨겨진 채 천하에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약 12세기 반이라는 장구한 세월 속에 수난도 많았다. 미나모토 도요무네 교수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1179년 다이라노 시개히라(1156~1183)가 반란군 진압을 위해 도다이지를 불질렀을 때와 마쓰나가 히사히데(1510~1577)가 병란을 일으켜 도다이지 대불전을 방화했을 때 불상이 부분적으로 손상됐으나 원형대로 수리·완성했다. 몸체의 하반부는 옛것 그대로다. 무릎에 얹은 좌측 팔부분의 옷소매처럼 이 불상을 처음 제작했던 당시의 작품인 사실적이며 빼어나게 아름다운 표현이 지금껏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불상이 워낙 커서 그 얼굴 길이만 하더라도 약 5m, 손바닥 길이는 3.1m다. 해마다 8월 7일 거행되는 연중행사가 장관이다. 이른바 ‘어신닦기’ 라는 대청소 행사다. 약 250명의 승려가 이른 아침부터 대불전 천장에 둥근 볏짚 의자를 새끼줄로 줄줄이 매달고, 거기 걸터앉아 부처님 얼굴을 닦고 귀를 닦고 입술을 닦아낸다.
어신닦기야말로 구경거리여서 해마다 8월 7일은 여느 때보다도 관람객들이 붐빈다. 이 대청소를 지켜보면 얼마나 큰 부처님인지 단박에 실감되니 그 누구라도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박영수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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