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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음력 1월 1일을 정월 초하루라고 해 ‘설날’이라는 명절로 즐겨왔습니다. 그러다 식민지 상태던 일제 시절 당시 태양력을 따랐던 일본의 양력설을 ‘신정’이라고 부르고 한국인들이 쇠는 음력설은 ‘구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일제의 식민정책에 의해 생겨난 신정과 구정은 해방이 되고 나서도 계속됐고, 한때는 이중과세를 방지한다고 해 음력 설날에는 모든 공공기관은 정상근무를 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휴업금지 등을 강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1985년이 돼서야 비로소 음력 설날이 공휴일로 지정되고 민족 대명절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음력 설날 휴일은 사흘로 늘고, 양력설은 사흘에서 하루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설에 관련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 설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로 새해의 첫날입니다. 2001년부터 매년 교수신문은 대한민국의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의 대한민국 사회상을 함축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의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입니다. ‘파사현정’이란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불교 삼론종의 중요 논저에 실린 고사성어입니다. 일제가 자기들 편리한대로 우리나라 고유의 풍습을 말살하려고 우리의 설날을 신정으로 쇠도록 강요한 것을 해방이 돼서도 이중과세라며 금지한 것을 다시 바르게 고친 것도 파사현정(破邪顯正)일 것입니다. 파사현정을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적폐청산(積弊淸算)이 떠오릅니다. 적폐청산은 국가와 사회 조직 등에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즉 부정과 부패와 비리 등 생각과 행동을 청산하고, 지난날의 부정적인 요소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따져보면 적폐청산이나 파사현정이나 비슷한 의미로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파사현정’을 보는 측면에 따라서 각자가 해석을 달리합니다. 지난해 말에 선정된 사자성어인 ‘파사현정’을 어떤 사람은 적폐청산을 끝까지 제대로 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또 다른 사람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보복을 자행해 또 다른 적폐를 만들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다뤄야 할 최우선 과제로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들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다뤄야 할 최우선 과제에 대해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이 20.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소득불균형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 해소’가 17.3%로 2위, ‘청년 등 일자리 창출’이 14.4%로 3위로 나타났습니다. 1위와 2위로 나타난 ‘부정부패 척결’이나 ‘사회적 양극화 해소’가 다 같이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라야 할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대상이라고 봅니다. 
법정스님은 ‘좋은 세상이란’ 시에서 마지막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벽이고, 이어주는 것은 다리다. 벽은 탐욕과 미움과 시새움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두터워가고, 다리는 신의와 인정 그리고 도리로 인해 놓여진다. 다리는 활짝 열리는 마음끼리 만나는 길목이다. 좋은 세상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과 사랑의 다리가 놓여진 세상이다”

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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