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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연말연시를 딸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며칠을 지내고 12월 31일 하와이로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오전 11시에 탑승할 시간인데 1시간이 지나도 무소식이었습니다. 페루에서 오는 비행기의 내부청소를 하고 타야 하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시간 반이 지나서야 탑승수속을 하고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시간이 그렇게 늦어졌는데도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왜 늦느냐고 따지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저 당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난해 8월 저녁 9시 무렵 제주공항에서 김포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이 비행기는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와서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데 탑승시간이 됐는데도 도착하지 않아 수속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출발시간이 한 시간쯤 지연되자 많은 사람들이 탑승구에 가서 큰 소리로 떠들고 화내고 욕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항의하고, 항공사 직원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장면을 증거로 남겨야 한다고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항공사 직원들은 음료와 과자 등을 나눠주고 미안하다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도 “책임자 나와라!” “얼마를 보상할 것이냐?” 등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늦은 시간의 공항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2시간 정도 지나 비행기는 출발해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에 착륙해 항공사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귀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늦은 밤 시간에 불편한 귀갓길이 걱정돼 항의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 고객들에게 불편을 줘서 미안해 하는 항공사 직원들의 입장도 배려하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연도착에 따른 보상기준도 마련돼 있을 것인데 말입니다. 왜 샌프란시스코공항과 제주공항이 동일한 상황에 대한 승객들의 태도가 다르게 나타날까요? 상대의 부당한 대우에 당연히 상응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무턱대고 꼬투리를 잡고 시정잡배처럼 인간이 지녀야 할 품격을 잃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시형 박사는 ‘품격’이라는 책자에서 품격은 ‘자기 존중감’이며 ‘성난 사회를 진정시키고 과격한 사회를 회복시킬 치료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차원 높은 품격을 지니기 위한 7가지 덕목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첫째는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절제, 둘째는 동료의식과 집단주의 보다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 셋째는 나보다 못한 이에게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배려, 넷째는 결과보다는 과정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직, 다섯째는 지금 당장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더 멀리 생각하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신의, 여섯째는 그냥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마지막 일곱째는 세계 각 민족, 각 지방, 각각의 전통 문화 정서를 서로 존중해주는 세계인으로서의 글로벌 마인드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파트라는 공동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이해가 상충되는 일들이 자주 생겨납니다. 어느 경우는 집단이기주의로 법과 규정에 반한 불법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서로서로가 배려하고 인내하고 나누면서 사람이 지녀야 할 ‘품격’을 지키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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