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막무가내 민원으로 인한 괴롭힘이다.
험한 상황에 단련되지 않고서는 사실 이런 것을 견뎌내는 것이 보통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입주민이 어떤 행동을 하건 우리는 그 행동을 막을 수도 없고 고쳐줄 수도 없다. 더구나 상대의 행동이 우리를 해치려는 나쁜 의도에서 나온 것이면 우리는 깊은 상처를 받는다.
사람은 상처를 받게 되면 도무지 일에 집중이 안되며 기쁜 일이 있어도 기쁠 수가 없다. 괴로우면 좋은 게 아무 것도 없다. 정신이 나가서 중요한 일을 깜빡깜빡 잊어버린다. 상처에 대한 상념에 붙잡혀서 헤어나지 못하고 복수를 꿈꾸며 상대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한다. 사건은 이미 과거가 됐는데도 우리는 그 사건을 계속 곱씹는다. 그 사건 장면을 끝없이 재생하며 스스로 화를 돋운다.  상대가 내 신변에 영향력을 끼치는 지위를 가진 자라면 더욱 상처받기 쉽다.  그러나 상처의 원인 제공은 상대방이 했을지라도 상처를 받고 안 받고는 우리의 마음 자세에 달려있다.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상대에게 내 마음의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건네줬기 때문이고 상대방의 의도대로 우리가 농락당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상처는 내 작품이다. 타인이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그렇게 하라고 승인했기 때문이다. 타인이 던진 돌을 내가 가만히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우리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 우리 자세를 바꿔서 조금 덜 상처받고, 덜 당황하고, 덜 슬퍼할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어떤 것에 상처 받고 그 상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도 역시 습관이다.  그래서 습관을 바꿔 상처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장기적으로 볼 때 상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평가는 상처를 깊게 만들고 인생에 대한 분노만 키운다.
모 관리소장의 아파트는 전직 교장 출신의 입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있는데 이 회장은 매번 결재할 때마다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매번 판에 박힌 똑같은 것을 묻고 확인하니 처음에는 무척 짜증이 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장은 이렇게 마음을 바꿨다. ‘대단히 신선한 분이다. 정신이 대단히 해맑으시다. 어떻게 저렇게 망각력이 뛰어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선인 수준이네!’라고.
‘야, 이거 완전 짜증난다. 이건 돌도 아니고 쇠네!’ 이렇게 계속 생각했다면 이 소장은 정신이 돌아버렸을 것이고 혈압이 오르고 열만 받으면서 자신을 해쳤을 것이다.
그 소장은 생각을 바꾼 후 미운 감정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참고문헌 : 감정사용설명서 2 - ‘도리스 볼프’ 저 / 생각의 날개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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