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의 문화답사


 

 

*산넨자카-기요미즈데라(청수사) 근처 돌담길
기요미즈데라 근처의 돌담길이며 전통 목조 가옥으로 이뤄져 있다. 이 거리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재앙이 찾아온다고 해 산넨자카(삼년판)라고도 불린다. 재앙을 넘기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파는 호리병을 구입해야 되는데 그 전설이 재미있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기념품,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점이 늘어서 있으며 일본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리다. 이곳은 특히 해가 질 무렵 가장 아름다운 일본 전통가옥과 조영이 만나 만들어내는 거리의 모습이 장관이다. 노점에서 피워 올리는 불고기 냄새에 홀려 꼬치 하나를 사서 먹으며 돌담길을 유유히 걸어 보고도 싶었지만 사람과 소리에 치여 그럴만한 분위기는 도저히 느낄 수 없고 사진 몇 장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돌담길 걸어가며/ 느껴보았네/ 나는 얼마나 하찮고 어설픈 존재인지를//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조국이란 무엇일까// 알 수도 없고/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돌담길 그 위에// 무엇을 뚜벅뚜벅/ 남길 수 있을까/ 이국의 돌담길 걸어가며     -박영수 ‘돌담길’ 전문

*백제 신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일본 왕실
지금도 일본 왕실에서는 해마다 11월 23일 초저녁에 한신(韓神. 가라카미)이라는 축문을 큰소리로 낭창하며 왕실의 가라카미라는 백제신 모시기 제사인 니나메사이(新嘗祭)를 거행할 때는 일왕이 직접 제주로서 왕실의 궁중 신전의 제사 전당에 참석하며 여기서 백제신 신주를 모셔오는 축문인 ‘가라카미를 낭창한다.
미시마(삼도三島) 무명 어깨에 걸치고 ‘나 한신은 한을 모셔 오노라, 한을 한을 모셔 오노라’는 축문의 첫머리 부분이다. 궁중의 니나메사이 제사 때의 제사 집행관으로는 조정의 좌우 두 대신이 차례로 목청을 돋우며 한신 축문을 노래 형식으로 길게 낭창했다.
백제 제26대 성왕(523~554 재위) 당시인 554년에 백제 음악가인 시덕상근 등 4명이 일본에 건너 왔다. 일본 고대 음악서인 ‘악가록樂家錄’에서도 544년에 백제악을 보내준 것이 기록돼 온다. 이미 그 당시부터 왜 왕실에서는 백제식 왕실 축문이 악곡으로 노래 불리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교토대학 사학과 우에다 마사아키 교수는 일본 왕실 궁중 제사에서 모시는 한신은 백제신이라고 일찍이 밝혔다. 우에다 교수는 또 미시마 무명이란 백제신의 신주를 모신 사당 터전에서 짠 신성한 무명이며, 조상신의 제사상에 무명천을 바치는 폐백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사카에는 고대에 일본 왕실로 건너온 백제신을 신주로 모신 사당인 ‘미시마카모신사’가 있다.
한신제는 백제계의 제50대 간무천황(781~806 재위)이 794년 헤이안경을 창설하면서 왕궁 북쪽에다 세운 백제신의 사당 한신사에서 거행하던 백제신 제사다. 고쿠가쿠인대학 니시쓰노이 마사요시 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백제계 스이코여왕의 재무장관 진하승
진씨 가문을 일본 고대사에서 유명하게 만든 인물은 진하승(6~7세기)이었다. 진하승 장관은 백제계 스이코여왕의 재무장관으로 이름이 드높았던 아스카시대의 신라계 인물이다. 그동안 여러 세기가 흘러 일본 고대 벼농사 중심지로 발전한 이 고장 야마시로의 후카쿠사에서 드디어 소문난 큰 부호가 등장했다. 그는 역시 진하승의 후손 하타씨문중의 진이려거(하타노이로코. 7~8세기)라는 인물이었다. 이 고장 신라인 호족 가문의 진이려거는 후카쿠사 터전의 가장 재력이 있는 큰 부호로 온 나라에 이름을 떨쳤다.
진이려거는 풍년을 기뻐하며 어느 날 떡을 빚어 하늘에 던지며 활을 쐈다. 표적으로 삼았던 화살에 맞은 떡은 순식간에 하얀 고니로 변신해 영마루로 날아 올라갔다. 고니가 봉우리 쪽으로 날아가 앉은 그 자리에서는 신묘하게도 대뜸 고니가 벼이삭으로 변해 땅에서 솟구쳐 나오는 게 아닌가. 이에 감동한 진이려거는 그 자리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그는 그 터전을 신라 농신의 신령한 성지로 삼고 그곳에 처음으로 신라 농신을 받드는 사당을 세워 제사를 모시게 됐다. 그 사당이 지금의 교토 후카쿠사의 후시미이나리대사다. 후시미라는 것은 해마다 풍년을 베풀어주는 거룩한 신라 농신 앞에 엎드려 우러른다는 뜻이다.

*아라시야마 치쿠린-인력거를 탈 수 있는 대나무길
대나무 숲길 가득한 싱그러운 향기가 넘쳐나며 200m에 달하는 수많은 대나무가 있으며 영화에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길이다. 긴 이름 대신 간단한 치쿠린이라고도 불리는 대나무 숲이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기에 한국어로도 죽림 오솔길이라는 표기가 돼 있다.
넓고 돌아다니기 좋은 관광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인력거를 탑승하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인력거는 꽤 비싼 편이니 가격을 잘 알아보고 탑승하는 것이 좋다. 비온 뒤 촉촉함이 묻어날 때 방문하면 가장 아름다운 치쿠린 풍경을 볼 수 있으나 늦가을까지 모기떼가 엄청나므로 치쿠린에 갈 때는 긴 팔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대나무 특유의 시원한 향기와 밀림처럼 빽빽한 대나무 숲을 유유히 걸으며 사색을 즐기는 것은 결코 과분한 사치는 아닐 것이다. 이 길을 걸으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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