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지리산 성삼재 꼭대기
어울리지 않게 육중한 몸으로
며칠 째 나는 드러누워 있지
문명의 얄팍한 속셈 거부한 채
지리산 자락의 통신 죄다
중단시켜 버린 거야

내가 처음 반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 내 속뜻 알아차리지 못했지
나를 관리하는 컴퓨터조차 ‘이상 무’라고
작동하고 있었으니까
통신이 끊겨 호젓한 시간을 보내는 남녀도 있어
업무의 연속인 산행에서 잠시도
전화를 꺼둘 수 없는 사장님
나를 흘겨봤지

첫눈이 오거나 새해 첫 날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
한꺼번에 수많은 사연 보내 나를
과부하로 정신 잃게 만든 적 있지

차가운 정수리에서 기척이 느껴지는 건 뭐지?
청진기를 들이대고 심전도 검사를 하듯
기술자들, 의도된 내 숨소리 알아들은 걸까
어떤 처방전이 나왔는지
바빠지는 저들의 손길

열 길 물속까지 꿰뚫어 본다며
강의 물길조차 끊어 버린 저들은 
내가 백기 들고 투항하길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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