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세간에 떠도는 퀴즈 하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왕은? 물론 현존하거나 역사책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
답은 바로 ‘최저임금’
연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회적 화두가 ‘최저임금’이다 보니 이런 난센스 퀴즈까지 등장한 모양이다.
올해는 특히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16.4%, 인상액은 1,060원이다.
통계자료를 보니 최근에 10% 이상 올랐던 건 2007년의 12.3%였다. 그 후엔 대부분 6~8%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2010년엔 고작 2.75% 오르는 데 그쳤다. 2007년의 12.3%는 금액으로 치면 380원 오른 것. 이와 비교하면 올 인상액에 대한 사업주들의 부담이 얼마나 클지 이해된다.
이 시점에서 시야를 확대시켜 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는 좋아졌는가? 직원 급여를 적게 줘서 중소 자영업자들이 장사하기 편했었나? 불행히도 실상은 반대였다. 그 기간 중 4대강 사업에 수많은 돈을 쏟아부었고, 해외자원을 개발한다며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혔다.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물이 줄줄 새는 깡통 헬기 만드는 데 엄청난 돈과 시간과 인력이 투입됐다. 그 숫자가 일반 사람들은 만져볼 수도, 구경해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막막한 것이어서 우리가 입은 손해가 얼마 만한 것인지조차 실감하지 못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삶에 있으며, 정치의 목적은 민초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데 있다.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노동자도 보수정권에 박수치고, 사업이 잘 되면 자본가도 진보정권에 환호하게 돼 있다. 먹고 사는 데 이념과 노선이 뭔 대수인가.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은 소폭 올랐지만, 거대기업 몇 군데를 제외하곤 노동자도 사용자도 결코 잘 먹고, 잘 살지 못했다. 국민의 삶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기만 했다. 백성이 도탄에 빠지면 왕조가 멸망하고 지배세력이 교체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당연지사다.
여태껏 힘들게 버텨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버거운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직원을 내보내거나 고용시간을 줄이고 직접 장시간 노동에 나서는 자영업자들의 사연이 언론을 장식한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조차 청소노동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아파트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비원을 대폭 줄이고 전자경비로 전환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리고, 미화원 수를 감축하겠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렇다고 업주들이나 아파트를 비난할 수만도 없으니 답답하고 딱한 노릇이다.
이런 때일수록 절실한 건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의식이다. 달리 뾰족한 수도 없다. 나만 살려 하면 모두 죽는 게 자연의 섭리다. 고통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리를 잃게 생긴 경비원, 월세도 내기 힘든 자영업자들, 관리비고지서를 받아든 입주민들이 “최저임금 오른다고 세상이 바뀌겠냐”는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괜히 더 힘들게 만드는 것 아니냐며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나 아무리 임금을 적게 줘도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망한다. 지난 역사가 증명한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요즘 화제작인 영화 속 대사. 당시엔 두려움이 앞서 믿기 어려웠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니 정말로 세상이 바뀌었다.
절망부터 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