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방화문 성능하자 인정 법원 판결 잇따라

 

 

충북 제천의 화재참사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화재 시 일정 시간 이상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아 입주민의 대피시간을 확보해야 할 아파트 ‘방화문’이 대부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만일의 화재 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A아파트, 평택시 B아파트, 서울 서초구 C아파트 ‘불합격’

지하 2층 지상 15~20층 규모로 9개동에 약 500가구가 입주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A아파트. 2009년 11월경 사용승인을 받은 이 단지의 방화문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공용부분(비상계단, 엘리베이터 기계실, 지하층 각 실) 및 전유부분(가구 현관, 가구 대피소)에 시공된 방화문 중 방화문 5세트를 철거해 방화문 성능시험을 한 결과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2010년 7월경 사용검사를 받아 16개동에 900가구가 넘는 입주자가 거주하고 있는 평택시 B아파트의 경우 공용부분에 설치된 방화문 중 계단실 방화문 4개, 옥탑 방화문 2개 및 가구 현관 방화문 6개, 가구 대피공간 방화문 6개 등 18개의 표본 방화문에 대해 성능시험을 한 결과 이 중 10개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약 3,400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서울 서초구 C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2009년 3월경 사용검사를 받은 C아파트는 방화문 성능시험 결과 표본실험을 한 방화문 중 1세트를 제외한 모든 방화문 세트들이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이들 3개 아파트 단지는 사업주체를 상대로 각각 방화문 성능불량에 따른 손해배상 및 하자소송을 제기해 최근 법원으로부터 방화문이 성능을 충족하지 못해 ‘하자’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 ‘구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6조에 의하면 갑종방화문 및 을종방화문은 국토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시험기준에 따라 시험한 결과 각각 비차열(非遮熱) 1시간 이상 및 비차열 30분 이상의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3개 단지 시공사들은 하나같이 당시 적합하다는 시험성적서를 받았으므로 하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모두 이 같은 주장을 기각했다.   
우선 A아파트의 경우 방화문 하자소송에 있어 쟁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 모두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민사12부(재판장 노진영 부장판사)는 “감정인이 아파트에 설치된 방화문 중 일부를 시험대상으로 선정·철거한 다음 ‘방화문의 내화시험방법’에 따라 공용부분 및 전유부분에 시공된 방화문 중 입대의와 사업주체가 합의한 방화문 5세트에 대해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방화문 성능시험을 한 결과 앞면과 뒷면 1시간 이상 비차열성능 및 차열성능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합격판정을 받았다”며 A아파트 방화문에는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사업주체 측은 방화문 성능시험을 하기 위해 문틀 주변의 벽체 부위를 파취해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에 의해 방화문의 문틀 등에 변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며 현 시점에서의 성능시험을 토대로 시공당시의 성능을 판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감정인에 의하면 시험대상 방화문을 선정하고 철거하는 과정에서 입대의와 사업주체의 합의하에 선정했고 녹이 발생하거나 문이 휘어지거나 쐐기 등으로 고정해놓은 방화문은 시험대상 선정에서 배제했으며 방화문 철거 당시 문틀의 비틀림 발생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은 점, 인근 아파트의 경우 같은 방법으로 시험한 결과 합격판정을 받기도 한 점 등을 인정해 사업주체 측 주장을 기각했다. 더욱이 구 자동방화셔터 및 방화문의 기준에 따르면 방화문은 비틀림강도·연직하중강도·개폐력·개폐반복성 및 내충격성 외에 비차열성능과 차연성능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통상적인 사용에 의한 충격으로 뒤틀림이나 벌어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방화문의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공 당시 ‘적합 시험성적서’만으로
설치된 방화문 하자 판가름 못해


재판부는 시공 당시 감리인으로부터 방화문이 적합하다는 시험성적서를 받았기에 하자가 아니라는 사업주체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9년 8월경 당시 적합 시험성적서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그 시험성적서상 해당 시험체와 동일한 구성과 재질, 성능을 가진 방화문이 실제 아파트에 설치됐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시험체와 동일한 방화문이 설치됐더라도 시험성적서만으로 방화문의 하자 존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아파트에 실제 설치된 방화문을 기준으로 방화성능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화문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1년(B아파트 사업주체는 2년)이라는 사업주체 측 주장 역시 모두 기각했다. 방화성능은 건축물의 존속기간 동안 갖춰야 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 기간 동안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며 방화문 하자는 방화성능에 관한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용검사 전 하자’라고 못 박았다.
다만 ‘문틀’과 ‘문짝’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보수방법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마다 엇갈렸다. A아파트의 경우 의정부지법 민사12부는 방화문을 보수함에 있어 ‘문틀’과 ‘문짝’ 모두 교체하는 것은 과다한 보수방법이라는 사업주체 측 주장을 기각, 방화문의 내화성능을 확보하려면 문짝과 문틀을 모두 교체하는 보수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으며 C아파트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3부는 방화문은 문짝과 문틀이 전체로 하나의 짝을 이뤄 내화성능을 발휘하는 점 등을 고려해 문짝과 문틀 전체의 철거 및 재시공비용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B아파트 경우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는 문짝만의 교체로 방화문 하자를 보수할 수 있다고 봤다.  
‘미는 면’과 ‘당기는 면’을 한 세트로 해 방화성능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마다 의견이 달랐다. 의정부지법 민사12부는 방화문의 내화시험방법에 따르면 ‘시험은 2개의 시험체가 가열로에 서로 다른 면이 노출되도록 해야 하며, 시험설비의 능력에 따라 두 개의 시험체를 각각 또는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며 성능시험결과에 따른 합격 여부도 방화문 양쪽을 한꺼번에 판단해야 한다며 A아파트 입대의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B아파트와 관련,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는 ‘방화문 성능시험 결과 미는 면과 당기는 면 중 어느 하나라도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해당 방화문에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입대의 측 주장을 기각했으며 같은 법원 민사23부도 C아파트에 대해 방화문 1세트 중 앞면과 뒷면의 하자 여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A와 B아파트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자연적인 노화현상 등을 감안해 60%로 제한했다.
위 3개 아파트 입대의로부터 사건을 각 대리한 법무법인 로원의 송준엽 변호사는 “방화문 하자사건에서 일부 판결은 문짝과 문틀 전체 교체 시공비로 인정, 일부 판결은 문짝만의 교체시공비로 인정하고 있으나 문짝만의 교체시공비로 인정함에 있어서는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방화문 하자는 국민의 신체와 재산에 매우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하자인 점, 문짝만 교체했을 경우의 내충격성, 개폐력 등 제반 방화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완전한 보수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