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한 경 희 주택관리사

장기수선계획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인해 일선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부당하게 과태료 처분을 받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필자는 승강기 로프와 쉬브를 교체함에 있어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지 않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집행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300만원의 사전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로선 달리 방법이 없었다. 2016년 12월 단지에 부임한 이후 승강기 관리회사로부터 “승강기 부품이 노후화돼 교체할 시기가 지났으니 안전을 위해 교체해야 한다”는 서면통보를 받았다. 장기수선계획을 살펴보니 수선주기가 2014년도로 이미 지난 상태였다. 이에 입대의에 상정, 구청의 전문가 자문을 거쳤고, 입대의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업자를 선정하고 공사를 한 후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은 정기 조정주기(7~8월)에 하기로 하고 시행했다. 이러한 경우는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에 있는 주요 시설물의 수선주기가 이미 도과한 것으로 여건상 뒤늦게 시행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장기수선계획에 맞추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 입장을 알기 위해 유권해석을 요청한 결과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수선주기가 도래했으나 장충금 부족 등의 사유로 보수하지 못하고, 수선주기를 도과한 후 뒤늦게 수선하기 위해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수선주기가 도래해 아파트 단지 사정 등에 따라 계획된 공사를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에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국토부의 유권해석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장기수선계획을 수립(조정)함에 있어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별표1)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의 수선방법, 수선율, 수선주기 등은 조정(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입대의와 관리주체는 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검토주기인 3년이 경과하기 전에도 검토·조정할 수 있다 할 것인데, 국토부는 이 부분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법 제29조 제3항 단서조항을 잘못 해석해 3년 이전에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경우 무조건 전체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충금 적립률이 낮아 재원부족으로 인해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물에 대한 수선주기를 맞출 수 없어 결국 늦출 수밖에 없는데, 이때마다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토부 해석은 그 조정내용이 같은 경우라도 정기 조정주기에는 입대의와 관리주체가 할 수 있고, 수시 조정에서는 전체 입주자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며, 전체 입주자의 과반수 서면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물에 대한 수선을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3항의 ‘주요 시설을 신설하거나 관리 여건상 필요해’를 해석함에 있어 이는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별표1)에 없는 시설을 임의로 신설하거나 관리 여건상 별표1의 수립기준에 없는 것을 정하고자 할 경우를 말한다”고 한정해 해석해야 할 것이다. 장기수선계획 수립은 입주자 동의사항이 아닌 입대의와 관리주체의 의무사항인 점과 장충금의 부담주체가 입주자인 점을 고려해 별표 1에 없는 사항을 임의로 장기수선계획에 추가할 경우에 한해 그 비용 부담 주체인 입주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입법취지로 봐야 할 것이다.
지난 2013년 7월경에도 필자는 본지에 ‘국토부, 장기수선계획제도 폐지하라’는 기고의 글을 쓴 바 있으며 이 같은 관리현장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지만 국토부는 아직까지 실효성 없는 엉터리 제도를 계속 고집하면서 우리나라 공동주택을 슬럼화하고 있다.
국토부가 LH와 함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장충금 적립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5년도 기준 적립률이 약 15%로 조사됐다. 이는 바로 장기수선계획을 실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오히려 잘못된 유권해석을 내려 관리현장에서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물에 대한 보수를 신속하게 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부당한 과태료 처분이 발생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물에 대한 적기 보수를 요구하는 장기수선계획의 입법취지와 동떨어진 정책으로서, 이제라도 국토부가 아파트 장기수선계획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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