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주택이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보통 벽과 지붕이 있는 형태를 뜻한다. 즉 물리적 실체이자 객체로서의 집을 정의한 것이다. 반편 주거(住居)는 인간 삶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주거란 인간이 주체가 돼 주택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시설을 사용하면서 그 속에서 발생하는 정서, 문화, 사회·경제적 요소 및 공동체적인 속성을 다 포함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노래 ‘즐거운 나의 집’ 가사인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를 통해 집의 실체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즉 집은 물리적인 것(hard)과 문화·사회·경제적인 것(soft) 두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궁극적으로 집은 편안한 보금자리여야 한다.
주거는 사람이 집이라는 공간·장소에서 살아가는 행위이지만 단순한 생물적 서식행위가 아니다. 인간이 주택이라는 공간에서 거주하면서 부터 주택은 사회적 공간으로 인식돼야 한다. 왜냐하면 주거는 가족, 집 주변의 이웃, 마을, 도시, 국가 등의 사회적 집단관계를 형성하고 이에 주거생활의 환경과 질이 좌우된다. 
그런데 집은 많은 서민들 삶의 고통이자 때로는 이재의 수단이며 불로소득의 원천이기도 하다. 소위 아파트 프리미엄을 이용한 사고팔기를 잘 이용한 사람들은 수억 원의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 그러나 내 집이 없어 전세살이 월세살이로 피곤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들에겐 집은 해결하기 어려운 고통의 뿌리로 남아있다. 이들의 꿈은 내 소유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빌라 반지하에 살고 있는 어느 세입자의 이야기다. 건물에 누수가 생겨 전문가를 불러 고쳤고 괜찮다가 또다시 문제가 생겨 화장실과 현관 틈새 등 여러 곳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집이 부실하게 건축된 부분도 있지만 집주인의 관리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집주인에게 방을 빼달라고 했지만 돈이 없다고 한 데다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원래 집에 하자가 있으면 집주인이 고쳐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소송으로 가서 판결문 받아 경매를 신청해 돈을 받아내야 한다. 이 경우 거의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절차를 밟기에는 소요되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세입자의 불편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거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사회취약계층은 월세와 전세 등에 내몰리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있는 반면 2가구 이상의 집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점점 늘고 있다.
최근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하는 주거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위 1%에 해당하는 ‘집 부자’들은 1인당 평균 6.5가구나 집을 갖고 있다. 주거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집값 격차(공시가액 기준)는 48배나 됐다. 2007년에는 상위 10% 115만명이 261만 가구를 갖고 있었는데 2016년에는 138만6,000명이 450만1,000가구를 갖고 있다. 1인당 평균 2.3가구에서 3.2가구로 늘었다. 총 공시가액 역시 652조5,300억원에서 796조9,3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개인이 다주택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또 시장경제하에서는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 이들의 임대수익을 합리적이고 적정하게 세금으로 거둬들인다면 다주택은 오히려 임대주택 재고를 증대시키게 돼 서민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보편적 주거형태로 대변되는 아파트는 이재의 수단이며 신분재화로서 역할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동시에 아파트는 정치적 포퓰리즘(populism)의 대상이며 한국의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대변하고 또 사회적 갈등의 상징하기도 한다. 아파트는 한 가족의 삶의 조건이자 가장 귀중한 재산목록이다. ‘내 집’에 대한 한국인의 애착은 유별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로 수십 배의 수익을 남기는 ‘신화’를 믿고 있다. 직장인이 되면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인간주거의 목표는 모든 국민이 주거안정을 이루고 양극화를 최소화하면서 궁극적으로 주거권(housing rights)이 보장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에서 집은 삶의 보금자리인가, 고통의 뿌리인가를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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