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진상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 저 사람만 없으면 모든 게 완벽할 것 같은데 저 사람 때문에 나의 생활이 엉망이 되는 것 같다.
진상은 우리의 감정을 들쑤셔서 기분을 망가뜨린다. 그게 감정 테러다. 그들은 우리들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공략하는 데 전문가다. 우리가 이성을 잃게 만들고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게 한다.
우리의 시야를 흐려놔 세상이 어둡게 보이게 만든다. 사람은 감정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상황일수록 사소한 것에서도 쉽게 짜증이 난다. 감정 테러를 당해 한번 자제력을 잃게 되면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진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때는 진짜 상종하기도 싫다.
그러나 직업상 회피는 불가능하다.
진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고의적 의도를 가진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다. 고의적 의도를 가진 부류는 상대방을 해할 목적으로 테러를 도발한다. 진상들을 보면 고의적 의도를 가진 부류보다는 그렇지 않은 부류가 훨씬 더 많다. 근본적으로 악의는 없지만 남을 기분 상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 있어,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게 그냥 즐거운 사람들이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내다보는 능력이 없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자기 말이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을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은 그냥 그런 인간이다. 그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되고 인간적인 호의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바보에게 천재의 능력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을 정신장애자라고 생각하면 나의 고통이 확실히 준다.
우리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이 어떤 가치관과 어떤 판단기준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알면 안심이 된다. 상대방을 파악하려면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보다는 그 뒤에 숨은 동기에 집중해야 한다.
동기를 간파하게 되면 상대방의 행동들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진상의 의도를 모르면 겉으로 나타나는 그의 말과 행동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봐도 알맹이가 없다. 그들의 동기나 의도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의 감정 테러를 방어하기 쉬워진다. 그러면 진상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열쇠는 우리 손 안에 있게 된다. 열쇠가 우리 손에 있는 한 스트레스 반응감도는 우리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조절능력은 자연히 배양될 것이다.
우리는 진상들에게 희생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똑바로 보는 눈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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