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제8대 황장전 회장·본지 황용 순 발행인

 

 

4대 폐단 척결에 앞장-‘신의 영역’
장기수선제도부터 고쳐나갈 것


관리현장의 ‘견제와 균형’ 잘 이뤄지면 외부 간섭 필요 없어

 

지난 연말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차기 회장선거에서 현직 회장을 누르고 당시 서울시회장이었던 황장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 선거는 대주관 27년 역사상 첫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여서 협회 내부뿐 아니라 국토부와 관련단체 등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전국에서 1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온라인 모바일 투표와 우편투표로 참여한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치열한 승부가 벌어졌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거봉으로 우뚝 솟은 대주관과 주택관리사를 바라보는 사회와 국민들의 시선에도 비중이 점차 무겁게 실리고 있다. 신년특집 대담으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황장전 회장을 만나본다.

 

#당선을 축하합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사상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 선거에서 회장에 당선됐습니다. 이에 대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협회 창설 이래 27년 동안 대의원 간선제 방식으로 협회장을 선출해 왔습니다. 전체 회원 중 약 3%대에 해당하는 대의원이 모여 협회장을 선출했던 것과 달리 명실공히 1만1,900명 회원 모두의 의사가 반영돼 협회장을 선출했다는 데 큰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협회는 지난 세월 동안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특히 이번엔 간접민주주의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대혁신을 이뤄냈습니다. 회원 1만명이 넘는 대규모 전국 조직 중 직선제 선거제도를 도입한 단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편 그만큼 협회장에게 바라는 기대심리가 매우 높아졌다고 봅니다. 또한 이번 선거과정을 정부, 국회, 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위탁관리업체 및 시민단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숙하고 발전된 주택관리사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회원들로부터 선택받았다는 기쁨보다는 앞으로 회원들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대외적으로 주택관리사 제도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이번 선거는 현직 회장과 현직 서울시회장의 대결이란 점에서 처음부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는데 결과는 당선자의 낙승이었습니다. 현장 회원들의 지지를 받은 결정적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현장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문자격자인 주택관리사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갑질이 만연해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막상 시행해보니 포괄위임 규정에 따른 과태료 남발로 주택관리사들을 범법자로 전락시켰습니다. 특히 장기수선계획 검토·조정 및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은 교육을 받아도, 외부업체에 의뢰해도 실태조사를 받으면 어김없이 과태료 처분을 당하다 보니 일선에선 ‘신의 영역’이란 한탄이 터져 나올 정도입니다. 거기에 언론까지 가세해 연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데도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뒷북만 친다는 현장의 불만이 비등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갑질 등 4대 폐단 선언’을 하게 됐습니다. ▲부당간섭과 갑질 폐단 ▲부당해임 폐단 ▲포괄규정에 따른 과태료 폐단 ▲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 폐단을 척결하기 위해 싸워나갈 것입니다.

그중 최우선 과제로 장기수선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현장의 관리사무소장들에게 핵심 현안이며 주택관리사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특히 저는 회장 선거 때만 되면 단골처럼 등장하던 공약 내용의 패러다임을 확 바꿨습니다. 전국의 회원들과 만날 때마다 목소리를 듣고 받아 적은 메모장이 124페이지나 됐습니다. 이를 다듬고 다듬어 현실성 있는 내용으로 만든 게 이번 공약의 특성입니다.

회원들은 또한 차기집행부의 실천 가능성을 봤을 것입니다. 지난해 강남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종놈’ 발언 방송을 보고 분개하지 않은 국민이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바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음날 피켓을 제작해 그 아파트 정문으로 달려가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45일 동안 450여 명의 회원들이 릴레이 시위와 모금운동에 동참했고, 언론에 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막말 당사자는 사과를 했고 주택관리사 자격자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도 회원들의 선택을 받는 큰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당선인이 말씀한 것처럼 이번 선거는 사상 최초의 직선제여서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 대표성을 가진 대의원이 간선제로 뽑던 회장선거에서 이번엔 현장에 있는 회원들이 직접 선택했다는 것인데 현장의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는 부담도 클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항상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특히 주택관리사 자격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회원들은 한결 같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해 달라고 하소연합니다. 협회가 회원들의 보호처가 돼 달라는 것입니다. 회원들의 고충을 들어달라는 것입니다. 고용이 불안정하니 안정화를 시켜달라는 것입니다. 이런 회원들의 열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3년 동안 일하는 회장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들 중 최우선 사항이 ‘갑질 등 4대 폐단 철퇴 선언’이었습니다. 사실 ‘갑질’이란 말로 상징되는 관리현장의 부조리가 극심했던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언론들도 과거엔 관리사무소의 잘못이 크다는 쪽으로 보도하다가 지금은 ‘일부 입주민 또는 주민대표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는 쪽으로 조금씩 태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주택관리사 자격 제도의 불합리한 모순에서 찾고 싶습니다. 대책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달리해야 합니다.

관리현장의 부조리는 많이 개선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부조리에 대해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회원이든 비회원이든, 처음 시작한 분이든 오래 전 이직해 갑자기 이 직업에 뛰어든 분이든 불문하고 주택관리사 한두 사람의 잘못이 침소봉대돼 모든 아파트가 비리집단으로 내몰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문제를 스스로 좀 더 과감히 해결해 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갑질은 제도적 문제부터 해결하고자 합니다. 부당해임의 경우 해임절차나 사유가 없고, 업무간섭 범위도 없어 입법 불비에서 오는 문제가 큽니다. 또 한두 사람의 악성민원이 관리업무에 막대한 지장과 고통을 안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선 지역주민의 민원이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실태조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과태료 처분이 남발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소장이라도 그 자리를 떠나야만 민원이 종결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끊이지 않습니다. 악성 민원에 대한 사전심의제 도입을 위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입법발의가 필요합니다. 정부, 국회 및 관련단체는 물론 언론에도 이를 부각시켜서 갑질 철퇴에 모든 정책을 이끌어 내도록 하겠습니다.

 

#공동주택 관리문제는 수년 전부터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돼 왔습니다. 특히 관리비 투명성이라든지, 각종 공사 용역 계약과 관련한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외부단체들이 개입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공인회계사회가 들어왔고, 변호사협회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거대한 아파트 시장에서의 이권을 노리고 계산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요?

공동주택 관리비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인회계사회가 공동주택 외부감사제도의 준공영제 및 수임료 인상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공청회까지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가 아파트에 상근 또는 비상근하는 감사제 도입을 위해 자체 설문조사는 물론 입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리비리가 발생해선 안 됩니다. 입주민의 소중한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주택관리사가 그 소임을 다하면 외부단체들의 개입이 필요치 않습니다. 다만 현 공동주택관리법 체계 하에서 주택관리사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위탁관리업체와의 관계성 때문입니다.

한공회의 일방적 의견만으로 공동주택 관리에 불필요한 현금흐름표를 갖고 마치 회계가 불투명한 것처럼 호도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장기수선계획의 제도적 허점을 무시한 채 무조건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액이 적다고 지적하는 사례, 공동주택의 특수성이 결여된 예산제와 정산제 방식 논쟁은 물론 단순 반복적인 공동주택 관리 회계 운영, 투명한 전산화시스템, 각종 공시제도 등의 문제들은 비리와 아무 연관이 없는 법적·제도적 문제일 뿐입니다.

저는 외부회계감사 자료를 근간으로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 자료를 정부, 국회 및 언론기관 등에 배포함은 물론 투명성을 공론화해 공동주택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입대의와 관리사무소 간의 ‘견제와 균형’만 잘 이뤄지면 외부단체의 개입은 전혀 필요치 않다는 점입니다.

 

#현 집행부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일 중에 ‘주택관리사법 제정’이 있습니다. 당선자는 회원총의를 모아 제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1998년 11월 주택관리사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된 이래 20년이 흘렀습니다. 대부분의 국가 자격이 고유한 법을 갖고 있듯이 우리도 주택관리사법을 제정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 제안된 주택관리사법 내용을 보면 핵심적인 내용이 다 빠져 있습니다. 신분보장을 담을 수 있는가? 자격자가 업을 하면 의무배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등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원총의를 모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주택관리협회의 법정단체 입법안이 발의될 예정인데 주택관리사법 제정 입법안을 같은 국회의원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국회 국토소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치밀하고 철저하게 주택관리사법 제정 입법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협회의 외형적 규모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회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커다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선 인력 구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황장전 집행부’ 인선이 어느 정도 완성됐는지요? 또 기존 인력의 변화폭도 궁금합니다.

우선 협회 조직을 진단해야 합니다. 현재 안전권익국, 교육국, 총무국, 공제국, 홍보협력국 등 5국 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갑질 등 4대 폐단 철퇴를 위한 기구 구성 정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회원들에게서 제기됐던 사무국에 대한 문제점도 점검할 것입니다. 기능적으로 대언론 대응, 정보, 법제기획, 민원콜센터 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수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협회가 효율적이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편재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임 집행부에 대한 평가와 회원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협회는 전임 집행부 노력의 산물 위에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김찬길 집행부 시절에 입법이 됐던 공동주택관리법, 선발예정인원제를 전임 최창식 집행부에서 성공의 결실을 거뒀습니다.

협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준 전임 최창식 협회장에게 본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3년 동안 큰 공도 많았지만 일함에 있어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반면교사로 삼을 것입니다. 회원 직선제가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도부 소수의 판단보다는 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협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에게 투표했느냐, 어느 편에 섰느냐가 아니라 주택관리사라는 전문자격자로 하나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해 주길 당부합니다. 주택관리사 제도가 성큼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길 간곡히 당부 또 당부하고 싶습니다.   

【취재=이경석 편집국장, 정리=온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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