仙界(선계)를 걷다 -한 라 산-

이성영 여행객원기자l승인2018.01.05 16:16:45l10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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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끝 아래는 구름이 겹겹이고

하얗게 덮인 눈들은 구름과 하나 돼

끝없는 설원을 이루니 선계仙界가 따로 있으랴!

 

눈은 나무의 등걸과 가지에 쌓여 차가운 날씨에 녹지 않고 얼어붙어 눈꽃을 만든다. 따뜻한 기온은 안개와 바람으로 나무를 감싸 안으며 새하얀 상고대를 이룬다. 보통 해발 1,000m 이상의 산에서 겨울 안개가 만들어내는 아주 비밀스러운 현상으로 자연요건이 맞아야 생기는 상고대를 만나는 데는 행운도 필요하다.

습한 기온은 백두대간을 넘으며 많은 눈을 내린다. 동해 바다와 접경한 대관령의 선자령과 고루포기산, 주목나무에 눈꽃을 피우는 태백산의 설경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눈꽃 산행지다. 손쉽게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용평리조트의 발왕산(1,458m)과 무주리조트가 있는 덕유산의 향적봉(1,614m) 상고대는 스키와 더불어 또 다른 눈꽃 세상을 볼 수 있는 곳들이다. 겨울이면 사람들을 추위에도 산을 찾게 하는 눈꽃과 상고대의 황홀함은 중독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겨울 한라산(1,950m)은 다채로운 풍광과 광활한 눈꽃세상으로 겨울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자유의 한계마저 지워버리는 설산

제주도는 겨울철 해양성기후로 많은 적설량을 기록한다. 눈이 내리고 쌓이고 다시 내리니 족히 2~3m의 눈은 어른의 키보다 높은 한라산 등산로 표시인 붉은 깃대들을 눈 속에 가둬 버린다. 수 미터의 구상나무 가지들도 눈 속에 묻혀 새하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서 있다.

한국 전나무(Korean Fir)로 알려진 구상나무는 영국 식물학자 윌슨(Wilson, 1876~1930)에 의해 세계로 알려졌다. 학명은 ‘Abies koreana E. H. Wilson’이다. 윌슨은 1917년 한라산에서 표본을 채집, 연구보고서에 이 구상나무를 신종이라 발표했다. 그때 건너간 구상나무는 계속 품종 개발이 돼 ‘명품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하고 있다.

한라산은 육지의 산들과는 사뭇 다르다. 제주도의 따뜻한 날씨로 중산간지대 아래는 눈이 내려도 금방 녹아 없어지지만 중산간지대 이상에서는 쌓인 눈들 위로 다시 눈이 내려 겹겹이 쌓인다. 나무에 쌓인 눈들은 바람에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늘어지고 앞서간 발자국들도 지운다.

숨을 깔딱이며 오르다 뒤를 돌아본다. 바다의 수평선은 둥근 원을 그리며 섬을 감싸 안는다. 햇빛에 맑게 비치는 상고대와 코끝 시원한 바람에 마음마저 쨍하게 뚫린다. 이곳에 오르면 자유의 한계마저 지워 버린다. 마음에 쌓아둘 그 무엇도 없다. 광대한 개방감이 주는 원시의 풍경들 앞에 마음을 비워내는 연습도 따로 필요 없이 그저 정화되고 겸허해지니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한라산 등산코스는 다섯 군데로 이뤄져 있다. 1960년대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횡단도로인 5·16도로와 1100도로가 생기면서 어리목코스와 성판악코스가 개설된다. 그중에 성판악탐방로, 관음사탐방로는 18㎞의 중급코스지만 계곡으로 이어지는 한라산의 절경들을 감상하며 동쪽 정상에서 백록담을 직접 볼 수 있어 산행을 목적으로 많이 찾는 곳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중문동을 잇는 1139번 도로(1100도로)를 이용하는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를 이용해 백록담 남벽분기점으로 오른다.

어리목탐방로, 영실탐방로, 돈네코탐방로는 초보자라도 6시간 이내의 산행으로 한라산 비경을 볼 수 있는 산행지다. 백록담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분화구의 봉긋한 남벽을 볼 수 있고 한라산의 비밀스러운 비경들을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코스다. 해발 1,700m의 윗세오름과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설원과 제주의 오름들이 올망졸망 발 아래 보이니 우리나라의 산악지형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병풍바위 혹은 오백나한이라 불리는 영실의 멋진 기암들과 미로 같은 구상나무 숲길이 눈에 덮인 풍경들. 선작지왓의 야생화와 철쭉군락지의 드넓은 천상의 화원들은 겨울이면 눈꽃의 설원을 펼친다.

돈네코탐방로는 남벽 아래를 지나는 코스로 눈으로 덮인 방아오름의 이국적인 풍경과 한라산 노루들을 간혹 만나는 곳으로 사람들이 한적해 겨울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한라산은 3월까지도 눈을 볼 수 있다. 눈을 뚫고 다시 피어나는 화려한 야생화처럼 나에 대한 작은 격려의 용기가 필요하다면 하얀 눈꽃들이 환상적인 겨울 한라산으로 가보자.

이성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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