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시간은 절대적인 것 같지만 상대적이고, 객관적인 것 같지만 주관적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진 않다.
어떤 이에겐 올겨울 유행하는 롱패딩 값이 하루 일당도 안 되는데, 다른 이에겐 며칠을 일해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거액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시간은 정말 불공평하다.
10년의 세월이 쏜살처럼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단 하루를 견디는 게 10년보다 길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떤 정치인은 지난 연말 “아직도 2017년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대선 치른 지가 3년은 된 것 같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그만큼 파란만장했다는 뜻이리라.
2017년 대한민국엔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고, 대변혁이 현재진행형이다.
포항에 지진이 일어나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많은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아파트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텅 빈 아파트 단지를 관리해야 하는 관리직원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포항의 여진이 가시기도 전에 제천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29명이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다. 국민들이 경악한 건 왜 이렇게 흔한 사고에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 제천의 사고는 지역 전체를 장례식장으로 만들 만큼 많은 시민을 비탄에 빠뜨렸다.
전국의 공동주택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연이었다. 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경비원이 추락사하는가 하면, 관리사무소장이 출근길에 무차별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갔다. 외벽 페인트칠을 하던 도장공은 입주민이 밧줄을 잘라 추락사했다.
관리사무소장이 업무 중 돌연사하거나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입주민과 입주민 간, 입주민과 대표 간, 대표와 대표 간 다툼도 부지기수였다.
밝고 행복한 뉴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 비보가 끊이지 않는 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사회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 방송사의 질문에 어느 택배기사의 아내는 남편이 무사히 일을 마치고 웃으며 귀가할 때 가장 행복하다 하고, 암 선고를 받은 어느 엄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한다. 어느 딸은 병상에 있는 엄마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게 소원이라 하고, 어느 아빠는 군대 간 아들이 건강하게 제대하길 바란다고 한다. 어느 구직자는 면접 본 회사의 합격통보를, 누구는 모태솔로에서 탈출하길 염원한다.
따지고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이다. 결국 행복은 특별한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동화 ‘파랑새’가 주는 교훈은 시대를 막론한 진리다.
그러나 평범하다고 해서 행복이 거저 주어지진 않는다. 잠깐 방심으로도 불행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건강도 그렇고 돈도 그렇다. 지옥을 경험해보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건 바보들의 전형이다.
관리도 마찬가지다. 입주민이 평범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누군가는 힘든 일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각 요소마다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소장부터 경비원 미화원까지 각자의 소임을 다할 때 입주민의 안전이 보장된다.
새해엔 입주민과 관리직원이 함께 행복한 뉴스만 전해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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