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년사

 

 

태양은 늘 그 자리에서 밝게 빛나고 있지만, 인간에겐 어제까지 떴던 해와 오늘 뜬 해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말 ‘해’는 태양을 뜻하기도 하고, 1년 열두 달을 뜻하기도 하는 다중적 의미를 가진 낱말입니다. 오늘 뜬 해는 새로운 한 해를 여는 해였습니다.
올해는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입니다.
인간에게 개만큼 각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도 없을 것입니다. 1만년 전. 거칠고 사나운 맹수, 늑대에서 인간의 곁으로 다가와 친구가 된 개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수렵시대엔 생존을 위한 사냥의 동반자로 사투를 벌이며 맹활약하고, 농경사회에선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활동하며 고기와 털옷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친근한 벗이 됐습니다.
인간이 자신과 함께 생활하는 개에게 정을 베풀고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개가 그만큼 충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목숨까지 던져가며 충성을 바치는 동물은 오로지 개가 유일합니다. 현대 인류가 이토록 개에게 애정을 쏟는 이유는 아마도 갈수록 각박해지기만 하는 세태에 대한 환멸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엔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게 매우 특이하게 보였지만, 이젠 지극히 평범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개로 인한 입주민 간 분란이 심심치 않게 표출되기도 합니다만, 개를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들의 수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마당에서 흙 속에 뒹굴며 살았던 개가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들어온 건, 그만큼 공동주택 입주민들에게도 위로받아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새해에도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쉬운 일이 없어 보입니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비원과 미화원에 대한 감원 태풍이 불어닥칠 단지들이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의가 꼭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입니다. 관리현장에서 가끔씩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마주칠 때면 ‘기르는 개만큼만 생각해줘도 이러진 않을 텐데…’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한 해가 바뀔 때면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릅니다. 눈 덮인 정상에 올라 지난 한 해를 반추하며 회한에 잠기기도 하고, 서설이 내린 산꼭대기에서 뜨는 해를 가슴으로 품으며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도 합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야생동물들은 강한 한파가 몰아칠수록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밀착하며 똘똘 뭉칩니다.
공동주택의 현실이 어려울수록 관리종사자는 성심을 다해 입주민을 보호하고, 입주민은 관리종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떠올려봅니다.무술년, 개도 행복하고 사람도 행복한 그리고 고양이까지, 모두가 행복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발행인   황  용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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