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2017년 12월 12일 전국 곳곳의 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전라 서해안과 제주도는 구름이 많고 아침까지 산발적으로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그 동안 내린 눈이 얼어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겠으니 보행자 안전과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기상청은 조언했다.
우리 주변에는 한파가 지속되는 요즈음 겨울나기가 너무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주거 빈곤층 사람들이다. 이들은 쪽방, 옥탑방, 낡은 단독주택,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서도 홀몸이 된 노인들이 겨울나기가 더욱 힘겹다.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은 낡은 단독주택의 단칸방에서 한 장에 600원짜리 연탄이나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버티고 있다.
쪽방촌 사람들도 이 차디찬 한파를 이겨내기는 너무 힘겹다. 한 평 남짓한 쪽방은 온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다. 차라리 햇빛이 있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겨울나기가 쉽다고 한다. 집이 더 추운 사람들에게 온정의 손길이 있어 매서운 한파에도 한 줄기 삶의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전남 나주공고 학생들은 수업 시간 명장에 배운 기술을 주거 빈곤층 주택의 보일러 수리와 설치에 자원봉사하고 있다. 낡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홀몸노인은 보일러가 고장난 채 이 겨울을 버티고 있었다. 장판이나 벽지 등도 오래돼 제 기능을 못하고 한겨울을 참아 내기는 힘든 낡은 집들을 수리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도움의 손길은 대견하다는 마음을 넘어 진하고 깊은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다. 이곳은 1960년대 정부가 당시 용산, 청계천 등 판자촌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탄생한 마을이다. 이곳은 전형적인 불량주택이 밀집한 곳으로 요즘과 같은 한파에도 도시가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연탄이나 전기장판 등으로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가구가 적지 않다. 최근 이 마을에 ‘생명 나눔 후원회’ 회원들이 솜이불, 라면 등 1,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다고 한다.
주거 빈곤층 주민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민간차원의 자원봉사활동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 필요한 것은 자원봉사만이 아니라 정부의 체계적인 주거 빈곤층에 대한 조사와 지원 그리고 이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권’의 확보에 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주거안정 및 주거권 확보를 위한 방안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우리나라 주택법에 명기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약 103만 가구) 및 주거 빈곤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정권차원의 5년 단위 주거복지 정책프로그램만으로는 미흡하다. 즉 중장기 주거 빈곤층을 위한 주거 안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발표하는 주거복지정책은 아쉽게도 해당 정부와 정권의 범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왜 중장기적 로드맵이 설계되고 정권이 교체돼도 지속적으로 집행되고 유지되지 못하는가를 묻고 싶다. 국민 주거안정책이 너무 자주 변경되고 복잡하다.
둘째, 주거복지정책 시행에 있어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소외된 가구 혹은 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누가 가장 먼저 주거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복지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다.
셋째, 찾아가는 주거복지, 현재 주거상황에 기초하는 주거복지,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주거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정권초기에 발표하는 주거복지 프로그램은 맞춤형이 아니었다. 늘 그랬다고 평가되는 것은 공급호수가 얼마인지를 강조해 왔다. 수백만호나 수천호의 공급주택 물량을 강조한 주거복지 프로그램이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러한 수많은 주택공급량이 진정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정하게 주어졌는지 그리고 공급결과 주거복지는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한 평가는 너무 소홀히 했다.
이러한 과거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성찰과 평가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고 동시 맞춤형의 프로그램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울러 정부만으로 주거복지를 완성하기는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LH, SH 등의 공기업. 민간단체 그리고 개별가구의 역할분담이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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