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전 기 택 관리사무소장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거평프리젠아파트

일상생활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평상시 느끼지 못한 사소한 일이 기쁨이 되는 때도 있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청계천을 들러 걷다 보니 물은 그대로 흐르되 못 보던 불 켜진 모형물들이 전시돼 있는데 어두운 밤과 어울려 화려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여러 캐릭터 중 어린이들이 좋아할 로봇 등도 보여 손주가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나면서 ‘서울빛초롱축제’를 만끽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울 한복판의 새로운 풍경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예전 초등학생 때 봤던 청계천변 판자 집은 흡사 수상 가옥처럼 쭉쭉 세워둔 나무 기둥 위에 얼키설키 판자로 엮은 곳이었고, 그 언제인가 복개된 하천 위에 만든 고가도로도 익숙하게 보일 즈음 다시 원래의 모습을 재현해 지금의 개천으로 돌아오기까지 세월은 얼마나 많은 부침을 겪었을까요? 어쩌면 세월이 가는 마음은 아직 몸을 못 따른다고 뭉뚱그려 비껴나가고픈 마음이지요.
예전보다 살기가 풍요로워져 그럴까요?
해가 다르게 평균 연령이 늘어나고 영양식을 해 평균 신체 나이도 5년은 젊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창 놀 건 놀다가 그럭저럭 공부하면 사회 진입은 어렵지 않았던 시절에 비해 우리 자손들은 고용 없는 성장 때문인지 졸업을 해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에 막혀 고통받는 세대입니다.
무릇 어느 단체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돼야 활력도 있게 되는데 우리나라 인구 변화가 아이 탄생보다는 노인의 비중이 커져 점점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장수시대의 한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한편으로는 변화가 느린 동네가 동대문 일대인 듯이 빛바랜 옛 건물이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지금 봐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때 부친의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막걸리를 사들고 다녔던 곳이 동대문 근처기도 하고 또한 학교를 다니던 길의 초입이기도 했었지요.
그곳을 지나 종로바닥을 걷다 보면 여기 저기 떨어진 담배꽁초가 하도 많아 발길에 차일 정도로 무심해 흡연이나 땅에 널린 꽁초를 자연스럽게 여길 때였지요. 동대문 바로 옆은 의정부인가 왕복하는 기동차 종점도 있어 놀이 삼아 자주 가보던 아련한 추억도 있지요. 또한 동대문 운동장에서 야구 경기로 환히 라이트가 켜지면 맞은편 산골짝에 살고 있던 우리 집에서도 눈이 밝을 정도였고, 때때로 국민의 우상 김일 레슬링 선수의 경기 때는 근처 만화가게에 동전을 내고 눈이 뚫어져라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함성을 지르던 일도 그러한 추억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제는 찾을 수 없는 창신동의 낙산 채석장에서는 건축자재로 쓸 돌무더기들이 캐내어 졌고, 그 아래 축구장만한 공터도 이제는 주택으로 뒤덮여진 것이 아스라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위 낙산 위에 우뚝 솟아 그 시절에는 보기 드물었던 시영아파트도 벌써 흔적 없이 사라져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요.
어쩌다 낙산공원에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옛날 길을 회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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