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건강 <20>

 


 

 최유니게 상담심리사
충남근로자건강센터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신경쓰는 일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내가 가진 가치에 따라 행동하기 보다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판단기준이 되고, 또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나를 더 엄격한 기준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이 순간에는 내 기분이나 타인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야말로 무감정인 상태가 아니면 이 험악한 상황을 해쳐나가기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혹독하게 하면 할수록 내가 성취할 목표에 대해서 나와 같지 않은 타인에게 쉽게 분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전이하게 된다. 그야말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기계와 같은 직장생활을 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10개월간 상담을 진행한 50대 남성은 자신이 느끼는 답답함의 정체를 알지 못해 상담실을 찾았다. 그는 회사에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유능한 인재였다. 하지만 일상에서 죽을 것 같은 공포와 악몽을 반복해 꾸면서도 특별하게 이상이 있지 않다고만 말했다. 일부의 심리검사에서도 ‘모두 괜찮다’라고 답변해 상담실에 온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담사와 라포가 형성되면서부터 내담자는 피하려고만 했던 자신의 감정을 만나기 시작했다. 용기가 생긴 것이다. 이제껏 자라지 못한 감정에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내담자는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후회하면서 이전에는 뭔가에 항상 매여있던 중독 같은 삶에서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혼자 힘들게 고민만 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언제든 상담실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 상담을 통해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던 나만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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