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단체의 품격 - 대주관 직선제 선거

사 설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17.12.05 09:23:57l10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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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지구의 앞날을 예측하는 견해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핵전쟁 등으로 인해 파멸에 이를 것이란 디스토피아적 견해고, 다른 하나는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발전과 환경보호에 대한 각성이 이뤄지면서 인류와 지구가 건강하게 진보해 나갈 것이란 유토피아적인 시각이다.
지금 단계에선 어느 쪽이 맞다고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 후손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염원이 모여 공동선을 추구한다면 이기적인 파괴행위가 사라지고, 신재생에너지가 자리 잡으면서 신음하는 지구가 질곡에서 벗어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정보기술(IT)의 발전이 공동주택관리 분야에서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입주민 참여가 저조해 동대표 선출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모바일투표가 도입되면서 참여가 늘고 있다. SNS 덕분에 관리업무와 입주자대표회의 활동에 대한 공동체적 관심도 조금씩 증대하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서도 일대혁신이 일어났다. 지난달 치러진 협회장 선거에 전자투표를 도입함으로써 전 회원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구성원의 참여와 의사결집에 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고 인원이 늘수록 모든 사람이 참여해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게 어려워진다. 전 구성원이 생업을 멈추고 정해진 시각에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것 자체가 큰 난관이다. 그렇다보니 조직이 커질수록 각 지역에서 대표를 뽑아 보내, 대신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자연스럽게 정착한다.
대주관 역시 오래전부터 직선제 선거에 대한 열망이 있어왔지만, 전국에 수 백 개의 기표소를 차리고 투표 후에 개표까지 진행하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공정성 문제 때문에 부득이 대의원에 의한 선거를 진행해야 했다. 돈과 시간 외에, 투입 인력까지 감안한다면 대형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오프라인 선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너서클로 이뤄진 극소수의 참여만으론 대표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또한 대의원이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게 아닌 이상 일반 구성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은 덜 할 수밖에 없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무당파(無黨派)가 늘어나는 건 대의민주주의의 심각한 결함이다.
하지만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에 대주관에도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됐다. 멀리 서귀포에서도 후보자의 말과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서울과 지방의 정보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내가 직접 참여해 토론하고 조직의 앞날을 결정하면 그만큼 책임감이 강해진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직접 대면해 논의하다 보면 이해와 조정도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내 논리를 상대방에게 설파하기 위해 더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도 갖게 된다.
이런 일들이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과학이 개인의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전혀 의도치 않았던 부작용(?)으로 거대조직의 민주주의도 증대시켜 준 셈이다.
대주관은 대한민국 공동주택 관리분야의 가장 크고 대표적인 단체다. 국토부 법정단체가 되기 훨씬 전부터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으며 조직의 기틀을 다져 왔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싸움이다. 내 주장과 상대방의 논리가 충돌하고, 내 방향과 상대방의 지향이 엇갈리며 격돌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비로소 변증법적 합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뜨거운 싸움이 끝났다. 최초의 직선제 회장 당선증엔 황장전이란 영광의 이름이 새겨졌고, 최초의 지방출신 회장이란 신화를 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최창식 현 회장은 당무를 매듭짓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아름다운 마무리. 단체의 격조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한국아파트신문사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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