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갖는 의미

 

김영두 칼럼 ②

김영두 교수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대규모 점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규모 상업용 집합건물을 말한다. 2017년 9월 대규모 점포의 관리와 관련된 유통산업발전법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5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 점포의 관리에 관해 다음과 같은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첫째, 대규모 점포 관리자가 징수할 수 있는 관리비와 사용료의 내용을 법정화했다. 따라서 관리비와 사용료의 징수항목을 임의로 신설하거나 통합해 부과할 수 없게 됐다.
둘째, 관리비에 관한 내역과 산출방법 등에 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셋째, 관리를 위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입찰방식에 의해 체결하도록 했다.
넷째,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회계감사를 받도록 했다.
다섯째, 관리에 관한 중요한 정보와 회계감사 결과, 관리규정 등을 입점상인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여섯째, 시도지사가 대규모 점포의 관리에 적용될 수 있는 표준관리규정을 작성해 배포하도록 했다.
일곱째, 대규모 점포의 관리현황을 점검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무관청에게 부여했다. 공동주택의 관리에 종사하는 분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을 잘 몰라도 위에서 언급한 주요 내용이 갖는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규모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의 보편적인 관리방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통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규모 점포의 관리에 관한 상세한 규정이 갖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련해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공동주택관리제도의 확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법은 공동주택관리법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집합건물 중에서 규모가 큰 주거용 집합건물에 적용될 수 있는 관리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유통산업발전법은 상가의 특수성을 고려해 공동주택관리제도를 대규모 점포의 관리에도 적용되도록 했다. 만약 대규모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한 공동주택관리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점포에 특화된 관리제도를 법제화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규모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가 결국 대규모 점포와 같은 대형 집합건물의 관리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더 나아가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은 공동주택관리제도의 확산이 대규모 점포가 아닌 오피스텔과 같은 그밖의 대규모 집합건물의 관리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의미도 갖는다.
둘째,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에 의해 집합건물법은 모든 집합건물의 관리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며, 공동주택관리법과 유통산업발전법은 집합건물의 용도와 규모에 따른 특수한 영역에 적용되는 특별법에 해당한다는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큰 법적 틀이 만들어졌다.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상당수의 집합건물에 적용됐기 때문에 집합건물법이 일반법이고 공동주택관리법이 특별법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에 의해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유통산업발전법의 관계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됐다. 모든 집합건물의 관리에 적용되는 법과 그중에서 일부의 집합건물의 관리에 적용되는 법이라는 구도가 명확해진 것이었다. 이로써 그동안 공동주택관리법처럼 오피스텔과 상가의 관리에 특화된 규정을 집합건물법에 포함시키려고 했던 무수한 노력들이 번번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명확해졌다. 모든 규모와 용도의 집합건물의 관리에 적용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법과 같은 상세한 규정을 집합건물법에 두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별과 나이와 체격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몸에 꼭 맞는 옷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은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이번 개정에는 대규모 점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누가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다루고 있지 않다. 집합건물관리단과 대규모 점포 관리자의 관계, 임차상인과 구분소유자의 관계의 문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정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이것은 공동주택관리제도의 확산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 해결돼야 할 무수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그 노력과 더불어 우리의 법 제도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느리지만 발전하고 있다.
2013년 집합건물법 개정에 관련된 세미나를 위해서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학자가 우리나라의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 관련법령은 일본의 법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한 것이 벌써 5년 전이다. 우리의 법 제도에 대해서 조금씩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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