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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요즘 언론지상에 보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가두캠페인과 서명운동을 하는 내용이 자주 실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농가인구가 1980년대 초에는 전체 인구 중에서 28%였는데 지금은 5%로 줄었고, 농가소득도 1980년대에는 도시근로자와 비슷했으나 최근에는 도시근로자의 연간 소득의 평균이 5,700만원대나 농가소득은 3,500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으면 되지 무엇 때문에 희망이 없는 농촌에 세금을 퍼붓고 있느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국가에서는 1997년부터 농업예산에서 직불금을 농가에 지급하고 있으며, 2016년의 직불제 예산은 2조1,124억원이었습니다. 물론 이 돈도 적지 않은 액수지만 농가소득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스위스는 50% 이상이며, 유럽연합은 20% 내외, 일본은 15% 내외, 미국은 10% 내외나 우리나라는 5% 내외에 불과합니다. 각 나라들이 생산성이 높지도 않고 전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다지 크지 않은 농업·농촌에 직불금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돈을 쏟아 붓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농업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농업·농촌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농업의 환경보전 기능과 경제 가치를 연간 67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홍수를 조절하고(51조원), 지하수를 저장해 물 자원을 확보하며(2조원), 이산화탄소 등을 흡수해 대기를 정화하며(10조원), 여름철 기후를 순화하고 수질을 정화하며 지속가능한 흙을 지키는(4조원)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고 하는 것은 물과 공기처럼 온 국민이 함께 누리고 그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잘 모르는 것을 뜻합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만약에 제주도에 농업인이 없고 농촌이 없다면 어느 누가 제주도를 찾아가겠습니까? 제주도에 멋들어진 돌담 밭이 없고, 봄에 노랗게 핀 유채꽃이 없다면 말입니다.
또 한 가지 안동 하회마을이나 외암 민속마을이나 낙안읍성 민속마을에 거주민이 없다면 그것은 그냥 박물관이겠지요. 농업인이 농촌에서 ‘흙’을 지키는 역할만 하더라도 엄청난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그 흙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양질의 토양이 없다면 생명 자체를 부지할 수 없게 됩니다.
‘흙’에서 생산된 산출물은 비단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손 대대로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그 생명의 원천인 흙을 농업인이 지키고 가꿔 갑니다. 그래서 농업을 ‘생명산업’이라고도 합니다.
농업·농촌의 주요 기능은 식량생산입니다. 최근 식량안보, 환경보전, 전통문화 유지 같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그 내용을 국가정책의 기본이념인 ‘헌법’에 담아 국가가 보장해야 합니다. 우리의 농업·농촌은 시장원리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되고 해결할 수도 없는 것이며, 국가와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공공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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