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참석 ‘회식’ 후 사고로 사망한 소장 ‘업무상 재해’

서울행정법원, 근로복지공단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거부처분 ‘취소’ 마근화 기자l승인2017.11.29 14:39:07l10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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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과음·재해 상당인과관계 인정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임차인대표회의 회의에 참석했다가 회식 이후 관리사무소에 들러 직원을 격려한 후 바로 옆 단지인 자택으로 돌아가던 중 쓰러져 결국 사망에 이른 것과 관련해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뒤집어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은평구의 모 임대아파트에서 근무하다 사고로 사망한 A소장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거부처분을 취소, A소장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위탁관리업체 소속인 A소장은 지난해 1월 26일 오후 7시경 ‘관리직원 임금인상’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임차인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한 이후 식당으로 옮겨 임차인대표회의 임원들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회의 때 못다한 얘기를 나눴다. 회식이 끝날 무렵인 10시 30분경 A소장은 관리직원들의 임금인상안을 의결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회식비를 계산했고 이에 임차인대표회의 총무의 제의로 단지 내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아파트 관리현안 등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11시 40분경 총무와 헤어진 A소장은 방재실에 들러 당직자를 격려한 뒤 바로 옆 단지에 있는 자택으로 이동 중 자택 아파트 출입구 앞에서 미끄러져 화단에 쓰러졌다. 한참 후인 새벽 2시 37분경 행인에 의해 발견된 A소장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에 들어갔으나 바로 통증을 호소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돼 경추손상 진단을 받았고, 수술 후 입원치료를 받던 중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경추손상에 의한 급성호흡부전으로 결국 숨졌다.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은 A소장이 업무의 일환으로 참석한 회식에서 만취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가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했기에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대법원 판례를 인용,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때 업무·과음·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했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외에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했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소장의 경우 위탁관리업체 소속 직원으로서 임차인대표회의가 사용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임차인대표회의는 위탁관리업체와 서울도시주택공사와의 관리사무 위탁계약 갱신 여부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A소장을 비롯한 관리직원들의 임금 등 인상 여부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는 등 A소장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임차인대표회의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에 업무 관행상 관리소장은 항상 임차인대표회의에 참석해왔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임차인대표회의 회의를 마친 뒤 임원들과 함께한 회식과 총무의 제의로 맥주를 마신 것은 모두 A소장의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A소장의 본래 업무행위 또는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이뤄지는 합리적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며 “A소장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업무 일환으로 술을 마셨다”고 판단했다.
A소장이 만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A소장 입에서 술 냄새가 많이 났으며 제대로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거의 가누지 못해 술에 만취한 것으로 판단한 사실 등을 토대로 A소장은 겨울 새벽 자택 아파트 출입구에서 화단에 쓰러졌음에도 스스로 구조를 요청하지도 못할 정도로 만취했었다고 봤다. 
A소장의 음주와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소장으로서는 임차인대표회의 임원들과 업무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고 더욱이 관리직원들의 월급 인상을 결정해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회식에 임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 임차인대표회의 임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A소장이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도하게 술을 마셨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회식을 마친 뒤 관리사무소에 들렀다가 바로 옆 단지에 있는 자택으로 출발했는데 그 경로가 비정상적이라 볼 수 없고 당시 약간 눈이 내려 미끄러웠던 기상상황에서 자택 아파트 현관에서 미끄러진 것은 업무의 일환으로 마신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어려웠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며 사고는 A소장의 업무와 관련된 회식에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A소장의 음주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마근화 기자  yello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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