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규약 - 잦은 개정, 지나친 낭비

사 설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17.11.27 14:04:33l10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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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올해 초 황당한 일을 겪었다. 관리규약 개정안을 만들어 어렵사리 입주민 동의를 받고 관할 지자체에 접수했는데 바로 며칠 후 관련법 개정으로 표준관리규약 준칙이 또 바뀔 것이란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규약을 개정하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①관리사무소장이 시도 준칙 등을 참조해 단지 사정에 적합한 ‘관리규약 개정안’을 준비한다. 여기엔 ‘관리규약 준칙-현행 아파트 관리규약-자체 관리규약 개정안’을 한 눈에 비교하며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3단 비교표’가 포함된다. ②준비된 개정안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상정해 검토 받은 후 전체 입주민에게 제안하기로 의결한다. ③개정안을 게시판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고, 입주자 등에게도 개별 통지한다. ④선거관리위원회를 소집해 회의를 열고 이를 통해 투표일자와 과정에 대한 스케줄을 확정한다. ⑤투표를 통해 입주자 등의 과반수 동의를 받는다. ⑥투표 결과를 확정하고 입주자 등에게 공포한다. ⑦관할관청에 개정신고를 한다. 여기엔 관리규약 개정신고서와 관리규약 개정본 원본 그리고 3단 비교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 회의록, 선거록, 투표결과표까지 선거진행 서류를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⑧신고가 수리되면 비로소 개정작업 끝.
관리규약을 바꾸려면 이처럼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 중 어느 한 단계에서 삐걱대거나 파열음이 나오면 최악의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A소장이 일련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규약을 개정하자마자 이를 또 다시 바꿔야 한다니, 그 기가 막힌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관리규약은 입주민 공동체의 헌법과 같은 존재라서 이를 개정하는 동안엔 웬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은 후순위로 밀린다. 그만큼 관리사무소 행정력이 낭비되고 입주민 불편이 가중된다. 또 여기엔 필연적으로 돈이 든다. 입대의를 열고, 선관위를 소집할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회의참석비를 줘야 하고, 투표를 진행하는 데도 돈이 든다. 전자투표로 하더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케이보팅(K-voting)을 이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관리규약집을 인쇄해 배포해야 하므로 인쇄비용 역시 수백 만원이 든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단지는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당연히 이 비용들은 모두 입주민이 내는 관리비에서 지출된다.
과거엔 관리규약 변경하는 게 수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규약을 바꿔야 할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규약 개정절차를 재검토해야 한다. 아파트의 개별적인 사정으로 규약을 바꾼다면 당연히 꼼꼼하고 세심한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관계법령이 바뀌어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개정하는 것이라면 입주민 홍보로 대체하는 등 대폭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어느 아파트는 1년 새 3번이나 규약을 바꿨다. 개정 사유가 사소해도 어쩔 수 없었다. 잉크도 마르지 않은 직전 인쇄본을 모두 폐기해야 했다. 신고서를 접수하는 담당 공무원도 어이가 없어 소장과 함께 웃기만 했다고 한다.
요즘 각 지자체의 관리규약준칙 개정안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의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부산한 준비에 들어갔다. 인력과 재정낭비를 줄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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