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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를 대규모 아파트 상임감사 또는 중규모 아파트 비상임감사로 선임하도록 의무화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 하여금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사전적·법적 통제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변협은 공동주택 외부 감사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 마련 및 대국회 활동에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한다.
변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변호사의 95%가 아파트 감사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반대의견을 밝힌 응답자는 1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변협의 의욕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그 반응은 냉담하고 냉소적이다.
변협이 지난 9월 27일 개최한 ‘아파트 감사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에서 변협 부회장은 효율적 감사를 위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업무집행 감사가 필요하다며 변호사·상장회사 감사 또는 감사위원 경력자·5급 이상 공무원 또는 주택관리사 중 공동주택 관리 경력이 일정 기간 이상인 자 등을 외부감사 전문가로 제안했다.
반면 토론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서울대 천경훈 교수는 “외부 감사가 공동주택 단지 사정과 문제점에 관해 충분한 관심과 지식을 갖기 어렵고 오히려 입주자에게 내부감사 역할을 맡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세계일보 조정진 논설위원도 “입주자가 아닌 외부 변호사를 감사로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하고 그 비용(상근의 경우 월 300만원 급여 시 최대 연 3,600만원)을 입주자들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 있는지, 변호사가 아파트 관리 업무 관련 전문성을 과연 갖췄는지?”, 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 박명희 대표는 “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부실 문제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에게 외부 업무감사를 맡기는 것이 과연 실효적인지?”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2014년도 회계감사보고서를 심리한 결과 과도한 수임에 따른 대규모 부실감사가 다량 적발됐다.
모 회계사의 경우에는 보조 회계사 5명과 6개월간 192개 단지에 대한 보고서를, 또 다른 회계사는 101일간 115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아파트 단지 1개당 평균 1일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에 참여하지 않은 회계사가 감사보고서에 날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설익은 의무적 외부회계감사제도 도입이 입주자들 비용으로 회계사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반드시 둬야 하는 준법지원인과 금융기관의 내부통제를 위해 선임해야 하는 준법감시인도 변협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도입됐지만 실제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조차 변호사를 준법지원인과 준법감시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꺼리는 형편에서 아파트 외부 업무집행 감사를 변호사로 선임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2017년 11월 14일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이 ‘주택관리종사자의 근로 실태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표를 맡은 주택관리사 한 명이 ‘감사업무를 위해 회계, 행정직원의 책상을 모두 열어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감사 요구에 당황스럽고 모욕감을 느꼈다는 체험담을 발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제대로 된 아파트 감사업무 매뉴얼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변협이 변호사들 일자리를 만들려 아파트 외부감사를 추진하기 전에 아파트 감사업무 매뉴얼이라도 신경써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뼈 있는 제언을 했다.
평소 아파트 관리에 제대로 된 관심을 갖고 헌신해 왔다면 변협의 제안에 입주자, 아파트 관리종사자들이 이처럼 냉담하게 반응했을까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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