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정  채  경

 


창고 처마 밑 거미가 쳐놓은
끈끈한 덫에 잠자리가 걸려들었다
움직일수록 더 말려드는 거미줄에서 빠져나가려
전 속력으로 치열하게 몸을 던져 보지만
그럴수록 탄탄한 거미줄은 오후의 느긋하고 나른한 시간 속으로
잠자리를 더 깊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달아나 보려 쉬지 않고
저 자신의 머리로 수 없이 허공을 들이 받으며
거미줄을 끊어내려 필사적이다
누군가에겐 잠시 미풍에 실려 오는 과꽃 향기에 취해 있을 때
덫에 걸린 생명에겐 얼마나 긴 수치일까?
투명한 덫에 힘을 잃고
치욕스럽게 축 늘어져 내려온다
주위를 날고 있는 배추흰나비도
헛간 어디선가 목청을 갈고 있는 귀뚜라미도
마당 귀퉁이에서 폴짝폴짝 메뚜기도 풀 섶을 뛰고 있을 뿐
살아 있는 생명의 소리로 집안은 요란하지만
뜨거운 태양아래 거미줄이 잠자리의 목을 점점 더 끌어당길 때
구름의 배경은 덤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파파라치의 숨죽임과
먹잇감을 지켜보던 거미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시골 빈집을 지나치다 제3자
생의 알리바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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