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39>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최근 어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관리소장을 종놈이라고 비하한 사건으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종은 사람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퇴직할 수도 임금도 없는 과거의 신분제도고, 머슴은 새경을 받는 임금노동자며, 마름은 지주와의 특별한 신뢰관계에서 지주를 대리해 소작을 관리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으로서 계약에 의해 성립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농경시대에 지주(landlord)는 농지의 소유자를, 소작은 농지 경작자를, 마름은 소작을 관리하는 사람을 의미했는데 현재는 자본과 노동, 경영으로 구분해 이르기도 합니다.


1. 대리인과 수임인은 지주를 위해 일한다.


지주는 직접 농사를 지을 능력이 없으니 영농전문가에게 소작을 주고 신뢰하는 사람을 마름으로 선임해 소작료를 징수하는 일을 시키는 것입니다. 직접민주제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제도에서 지주는 국민이고 국민을 대리해 일을 하는 정부는 마름이며, 국회와 법원은 정부를 견제하는 마름이라고 할 수 있고, 대통령은 소작인 행정각부를 관리하는 마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오너인 회장이 지주, 오너가 아닌 CEO는 회사의 관리인인 마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어사전은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해 국민을 위해 공적인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리분야의 구성도 지주는 입주민, 입대의는 의결마름, 관리주체는 행위마름으로서 직접 자신이 일을 하거나 각각 해당분야의 일을 하는 사업자를 관리하는 마름인 것입니다. 결국 모두 지주인 입주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니 역할이 다를 뿐 누가 잘나고 못난 것이 아닙니다.
 

2. 나는 어떤 마름인가?

마름에게는 소작자 결정, 작황 평가, 소작권 유지의 평가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정한 권한이 주어집니다. 이 영향력을 미끼로 소작에게 갑질을 하는 마름도 있는데 언제든지 지주에 의해 마름에서 쫓겨날 수 있음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관리소장에게 종놈이라고 폭언을 한 나쁜 마름은 지주인 입주민들에 의해 마름에서 해임되고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모자란 사람은 권한을 부여받으면 마치 본래 자신의 것인 양 행사합니다. 주차질서 위반자에게 주의하라고 경고장을 붙이는데 떼기 어렵게 다림질을 해 놓거나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됐다고 망신을 주는 사람, 용역회사 직원들을 종처럼 취급하는 사람, 재계약 때만 되면 트집을 잡는 사람, 급여보다 점심 사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사람 등 모두 작은 마름의 권한을 지주처럼 행사하는 나쁜 마름입니다. ‘종놈’이라고 말하는 인격 장애자만 탓할 것이 아니라 나는 좋은 마름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3. 소작은 땅만 없을 뿐 전문가이다.


마름이나 소작은 자기의 능력과 판단 하에 일하며 종이 아니므로 그들을 종이라고 부르는 지주는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나쁜 마름이 소작을 종처럼 취급하다가 지주로부터 해임되고 처벌을 받는 것이지요. 관리는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각자 맡은 분야의 일을 합니다. 인도의 카스트(caste)제도는 혈통적 신분차별 제도로만 알고 있지만 최근에 바이샤는 유통전문가로, 수드라는 제조와 생산전문가로 업무영역을 보호하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자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입니다. 관리자의 업무는 이들이 입주민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이지 그들 위에 군림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마름이 소작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지주로부터 쫓겨나듯이 관리자는 입주민을 위해 함께 일하는 사업자들을 관리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공생 발전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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