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볼륨이 리모컨을 지우자
창밖의 어둠이 낙하의 신음을
부수고 있었다
싸라기의 눈꽃, 그것은 차디찬 팝콘
한때는 달콤했을

눌러 쓴 문장이 종이 째 구겨지고
말아쥔 적막, 할 말이 남았으나
휴대폰의 신호음은 줄임표를 찍는다

그깟 바람 한 번 분다고
푸르던 동백 뿌리째 뽑혀
손 털고 오래 신던 신발을 던지다니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랫말에는
한 마디 변명도 사치가 되었을까
시월의 마지막 밤, 여자의 방에
귓바퀴를 깨무는 벽시계의 초침이 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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