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38>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면(免)은 잘못이 있어도 책임을 감해 주는 것을, 피(避)는 잘못하지 않은 것을, 면책은 벌을 면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제도는 관리업무를 하면서 잘못하지 않기가 거의 불가능하니 어떻게 해야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면제를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1. 혼자 다 잘하기에는 너무 지킬 것이 많다.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는 관리비·사용료·장기수선충당금을 용도 외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한 번의 용도 외 사용도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주택관리업자에게는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을 하고, 대법원은 자기를 위해 사용했어도 형법상 ‘횡령’의 죄가 성립한다고 하며 이 세 가지는 병과하니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와 선거관리위원회 운영비는 사용료이므로 관리규약으로 정한 용도가 아니면 용도 외 사용이 되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택관리사는 39가지 법률과 실무를 공부해야 하고, 관리사무소장이 된 후에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사업자 선정지침, 관리규약으로 정한 내용과 입주민의 다양한 개성까지도 생각하며 일해야 합니다. 흔히들 왜 관리소장에게 슈퍼맨, 원더우먼 같은 능력을 요구하느냐고 불평을 하는데 모든 분쟁이 생길 때마다 제도로 해결하려니 규정을 너무 세밀하고 촘촘하게 만들고 모두 강행규정이라며 지키라고 하니 이런 모든 것들을 다 잘할 수 있나요?
2. 면책을 받으려면 복지부동이 최선인가?
감독은 시정명령을 통해 잘못을 시정할 기회를 주지만 감사는 결과를 확인하고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감사에서 지적되면 기회가 없습니다. 최근의 규정들을 보면 판단하거나 해석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그냥 규정된 대로 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나면 처벌하고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는 입주민이 평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온통 처벌 규정뿐이니 선택을 업무로 하는 입대의가 왜 필요한지 알 수가 없고, 관리소장은 업무를 보다 효율적이고 비용절감을 위해 공부하고 업무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누가 해도 똑같이 획일적으로 해야 한다면 업무 매뉴얼만 세부적으로 정해 주면 되지 굳이 어렵게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결국 면책을 하려면 생각이 없어야 하고 정해진 일을 기계적으로 하라는 것인데 법령은 그런 매뉴얼도 주지 않으면서 처벌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뭐 정해진 일도 안하는 관리소장도 있겠지만 복지부동으로는 면책이 안 됩니다.
3. 아무도 면피를 도와주지 않는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동대표는 탐욕만 가득한 집단이고, 관리업자는 무능하면서도 계약의 유지에만 골몰하는 집단이며 주택관리사 협회는 회원의 권익증진이라는 목적을 앞세워 교육, 공제사업 등으로 발생한 수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관리소장은 누구와 의논하고 누구의 도움을 받아 일해야 하나요? 법령은 지자체에게 공동주택 관리업무 전반을 감독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감사반원에게 하루 30만원 정도의 일당을 주면서 관리의 본질과 목적이 아니라 사소한 절차 위반만 시시콜콜하게 지적해 지적건수를 잔뜩 늘어놓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지침이 매뉴얼화돼 있고 오랫동안 축적된 해석기준과 처리방법을 알고 있으며 업무집행 중 결재과정을 통해 몇 단계나 중복확인을 하는 공무원들도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 지적사항 투성인데, 법령은 관리소장에게 관리주체의 업무 모두를 지휘·총괄하게 할 뿐 관리주체와 어떻게 협의하라거나 지도감독을 받거나 미리 시정할 기회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관리소장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단지라는 섬에 표류된 것처럼 홀로 외롭게 일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게 내 일이려니 하고 면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