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37>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캥거루는 새끼를 육아낭 속에 넣어 키우는 습성 때문에 지극한 부모의 사랑을 상징했으나 캥거루족은 성년이 돼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결혼한 30대 아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가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1. 나 찾지 마라 아들아!
“아들아 명절 때 친가에 오고 싶다고 하지 마라. 처가가 좋으면 처가에 가고 그냥 연휴이니 맘껏 놀아라. 이 엄마는 그동안 명절이면 허리 빠지게 일했다. 그래서 지금은 놀러가고 싶다. 나 찾지 마라 아들아! 네 처와 싸웠다고 내 집에 오지 마라. 너의 집은 네 마누라가 있는 그곳이다. 나 찾지 마라 아들아! 결혼했으면 마누라가 해주는 밥이 모래알이어도 반찬이 입에 맞지 않아도 투덜대지 말고 먹어라. 30여 년을 네 입에 맞는 밥과 반찬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나 찾지 마라 아들아! 이 엄마는 니들 키우면서 직장 다녔고 돈 벌었다. 내가 낳은 자식은 내가 돌보는 게 맞다. 그러니 니들이 좋아서 만든 자식을 나한테 넘기지 마라. 네가 선택한 마누라의 흠을 이 엄마에게 말하지 마라. 네가 골랐잖니? 네 마누라도 네가 좋기만 하겠냐? 이 어미를 욕 먹이지 말아라. 아들놈을 이따구로 키웠다는 둥 너 때문에 욕 먹는거 싫다. 나 찾지 마라 아들아! 내꺼 니꺼 그건 분명히 하자. 내가 니 엄마지만 나도 내 인생이 있고 내 생활이 있다.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도 네 가정을 잘 이끌어 가거라. 아들아 장모님께 잘하거라. 네 마누라를 키워준 그분께 진정으로 잘 하거라. 너희가 무소식으로 살아주면 그게 나의 행복이다. 그러니 나 찾지 마라 아들아!”
뭐 이런 내용입니다. 다 커서도 힘들면 엄마를 찾는 캥거루 아들에게 이제는 욜로족처럼 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인가요?
2. 갑질하는 사람도 불쌍하다.
관리업무를 하는 사람은 입주민·전직 동대표·선관위원·현직 동대표들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고 합니다. 자기네끼리 싸우면 될 것을 꼭 관리사무소를 끼어 넣고 자기편을 들어 달라고 하니 부부싸움 하면서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나요? 어차피 애들은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으니 그저 양쪽에서 당하면서 힘들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갑질하는 사람은 재미삼아서 하나요? 뭔가 이익을 바라고 하나요? 본래 심성이 남 괴롭히는 것이 취미라서 그런가요? 대부분은 자격지심과 부족함,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왕따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갑질하는 사람을 조금은 불쌍히 여겨야 합니다. 오죽하면 이제 엄마를 그만 찾으라고 아들에게 호소할까요?
3. 관리사무소는 캥거루 엄마의 육아낭이 아니다.
왜 힘들다고 할까요? 입주민들은 관리에 관한 규칙을 모르고 지키고 싶지도 않은 것입니다. 그저 내 집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관리의 손길이 없으면 시설물은 노후하고, 입주민 간에 주차문제로 다투게 되고 환경을 해치게 되는데 이를 시험해 볼 수 없으며 공동주택은 함께 사용하는 것이므로 참고 살아야 할 것이 많은데 마음대로 했을 때의 심각성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 꼭 있습니다. 모두 참아도 나는 참지 않겠다는 사람이지요. 바로 갑질하는 사람의 심성입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들다고 육아낭 속에 언제까지 있을 건가요? 우호적인 대표들의 품만 찾는 캥거루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니 그럴 줄 몰랐다고 원망해서도 안 됩니다. 감정근로자라구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의 본질이 그러한 것이고 감정을 상하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 한계는 내 능력으로는 뛰어 넘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육아낭 속에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저 부딪쳐 최선을 다하고 이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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