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지자체의 아파트 감사에 외부위원으로 참여해 아파트 관리 감사를 시행하다 보면 꼭 문제가 되는 사안이 있다. 일명 ‘공사(용역) 나누기’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은 공사 및 용역업자를 선정할 때 공산품을 구입하는 경우와 공사 및 용역 등의 금액이 300만원(부가가치세를 제외) 이하인 경우로서 2인 이상의 견적서를 받은 경우 등으로 수의계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국토교통부 고시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공사(용역)를 물품 구매와 공사(용역)로 나누거나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사 및 용역 등을 시기나 물량으로 나눠 계약하는 것을 일명 ‘공사(용역) 나누기’라 일컫는다.
후자는 사업자 선정지침 제4조 제3항 관련 별표 2 제6호 단서에서 명시하고 있으므로 위법임을 면키 어렵다. 그런데 공사(용역)를 물품 구매와 공사(용역)로 나누는 경우는 사업자 선정지침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고, 그 의도와 목적이 다양해 일률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공용부분 전등을 LED등으로 교체하는 것을 논의했다. 외부업자에게 맡기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에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넷으로 LED등 500개, 630만원 어치를 일괄 구매했고, 전등 교체는 전기반장과 관리직원 2명이 3주 남짓한 기간 동안 작업했다. 전등 교체는 배선을 단자에 물리고 등 커버를 올려서 나사 2개를 조이면 되는, 전등 1개당 5~10분이 걸리는 단순작업이었다. 직원들은 자기업무를 보는 틈틈이 사다리를 타고 전등 교체작업을 했고, 동대표가 작업을 돕기도 했으며, 수당이나 별도의 작업비용이 지출되지도 않았다. 전등 교체에 따라 조도가 밝아졌을 뿐 아니라 3월 기준 2012년 331만원, 2013년 377만원이던 공동전기요금이 2014년 255만원으로 감소하는 등 비용도 절감됐다.
공사가 마무리된 지 약 3년이 다될 무렵 구청장은 관리주체에게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했다. 교체 공사를 목적으로 LED등을 구매한 것은 공산품의 구입으로 볼 수 없고,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LED등 교체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한 것은 전기공사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관리주체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은 ‘관리사무소 직원이 LED조명을 교체한 행위가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LED조명 자체는 공산품으로서 수의계약 대상’이라며 과태료 처분을 취소했다.
전등교체뿐 아니라 보도블록 교체, 옥상 방수, 수목 전지 등 아파트에서는 크고 작은 공사가 빈번하다. 관리비를 절감해야 하는 아파트 입장에서는 외부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관리사무소에서 자재와 공구를 구매해 직접 수행하는 사례가 많다. 입주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봉사가 관리소의 임무라고 판단해 별다른 보상이 없이도 직원들이 헌신하곤 한다. LED등 교체에 과태료 처분을 하는 행정이 반복된다면 관리사무소가 직접 수행했던 간단한 작업들도 외부업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고, 입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관리비는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다.
필자의 아파트 외부감사 경험상 일명 ‘공사(용역) 나누기’가 특정업자와의 유착이나 공사(용역)대금 부풀리기를 위한 경쟁입찰 회피 목적인지, 비용 절감을 위한 부득이한 방편인지는 쉽게 판단이 된다.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관리직원들이 아파트 공사에 참여해 관리비를 절감시킨 사례를 참조해 우수관리단지 선정에 반영하고 있는데, 사업자선정지침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한다면 행정의 상호모순이다.
“직원들에게 어떤 보상도 해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입주민을 위한 것이라며 설득하고 독려했는데 과태료 처분까지 받다니 자괴감이 든다”는 심정은 해당 단지 관리사무소장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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