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비슷한 집, 비슷한 가족, 비슷한 생활.
전 국민의 70%가 대동소이, 서로 비슷한 건물에 함께 모여 오순도순 사는 나라.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주거생활.
한국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주거환경을 개척하고 실험하고 적용하는 중이다.
일단 현재까지의 성적은 성공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척박한 황무지를 밀어낸 자리에 휘황찬란한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고 그곳에 새로운 주민들이 모여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건물은 건물대로, 시설은 시설대로, 관리는 관리대로, 문화는 문화대로 구습을 몰아내고 나날이 슬기로운 생활방식을 창출해 가는 중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만 적용하던 주택관리사 제도는 그 장점을 살려 주상복합과 임대아파트 등에 확대하고 있고, 장기수선제도는 건물의 장수명화를 견인하는 주인공으로 더욱 강화해가는 추세다.
일부 주민대표와 관리소장의 문제로 불신을 받아온 관리비 부과와 지출 문제엔 얼마 전부터 새롭게 외부회계감사제도가 도입돼 시행 중이다. 이 외부회계감사 문제는 도입 당시부터 잡음이 있었지만, 관리비를 둘러싼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투명한 운영이 정착되면 ‘의무’에서 다시 아파트의 ‘임의’사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관련 문제가 범국가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엉뚱한 일을 벌이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일이 관리비리에 대한 침소봉대, 확대, 왜곡, 과장의 문제다. 소수 문제 단지에 대한 지자체 감사가 진행되고, 구체적 사례에 대한 발표가 있고 나면, 언론은 그를 받아 모든 아파트에 그런 문제가 일반화된 것처럼 보도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고, 왜곡 과장보도에 대한 관심이 식상해지다 보니 일부 언론에선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글로, 아파트가 이렇게 썩어가고 있는 데도 검경은 뭘 하고 있느냐며 공권력의 개입을 억지로 부추기기도 했다.
본지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뜻있는 기관과 단체에서 이런 언론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보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자 이번엔 대한변호사협회가 아파트 감사를 맡겠다고 나섰다. <본지 관련기사 10월 11일자 6면>
변협은 “현재의 외부 회계전문가에 의한 감사만으론 부족하다”며 “운영의 적정성과 관련된 업무집행감사를 위해선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 기존 감사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협은 구체적으로 “300가구 이상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에 외부 업무감사 1명을 두도록 해, 회계감사의 효과성을 유지하면서 입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꼴인가. 변호사 과다배출이 문제라는 얘기가 종종 들렸지만 이건 너무 과한 밥그릇 챙기기다. 아파트 업무는 입대의와 관리사무소의 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미 공동주택관리법을 비롯한 관련법규에 세세한 처리규정이 있으며 이를 근거로 지자체의 감사도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큰 주식회사나 거대 조직의 업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다.
여기에 무슨 숟가락을 또 얹겠다는 말인가.
변호사들이 진정 아파트를 투명하게 돌보고 싶다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입대의 감사로 들어가 무료봉사를 하는 것이 맞다.
회계업무를 제외하면 그래도 충분할 정도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진짜 문제가 나타나면 정식 법률절차에 돌입하면 된다.
변호사가 아무리 흔해졌다고 해도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층임에 틀림없다.
부디 보다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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