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36>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독일의 도시 하멜른(Hameln)의 쥐를 물에 빠뜨려 죽인 후 요술피리를 부는 사나이가 약속한 돈을 받지 못하자 다시 피리를 불어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계약은 이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지만 요술피리의 힘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1. 개성(個性)과 쏠림 현상(Tipping Effect) 
하멜른의 쥐들은 리더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집단행동(group behavior)을 하는 나그네쥐 레밍이었을까요? 아이들에게는 피리소리가 아이돌(idol 偶像)의 음악처럼 들렸던 것일까요? 쏠림현상(tipping effect)이란 자기 정체성과 개성(personality)이 모호한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공무원 시험에, 대기업 취업에 전력투구하는 사람들은 자기 적성에 맞고 평생을 바쳐 해  볼만한 가치가 있어서인가요, 아니면 안정된 정년과 연금에 안주하려는 것인가요. 사람도 어떤 면에서는 레밍과 다르지 않습니다. 연예인이 발목양말을 신으니 나도 신어야 하고, 유행하는 노래는 무조건 외어야 같이 놀 수 있고, 대기업에 취업 못하면 루저(Loser 敗者)라고 생각하고 집은 많지만 꼭 강남에 살아야 폼이 난다고 생각하는 등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보다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관리소장은 능력은 부족해도 가슴이 따뜻하고 입주민을 위하는 마음가짐이 남 다르다는 것으로도 훌륭히 관리소장의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소장은 없나요?


2. 관리에 욜로족은 없다
5층짜리 개별난방 아파트가 대부분일 때는 관리대상 시설도 적고 필요하면 고층으로 재건축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대부분 10층 이상 고층인 아파트는 재건축의 경제성이 없습니다. 결국은 잘 고쳐가면서 오래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장기수선 관련 법령이 계획대로 수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이유입니다. 또 조기 퇴직한 자기분야의 전문가인 입주민들은 소득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줄여야 하므로 관리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잡수입을 쌈짓돈처럼 쓰던 부녀회장은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관리가 전문분야라고 강변할 것이 아니라 왜 전문성이 필요하고 내가 가장 잘 하는지를 입주민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입주민은 더 이상 입대의의 레밍이 아닙니다. 우수한 전문가인 입주민들의 조기퇴직이 일상화된 지금은 한 번밖에 못사는 인생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래를 당겨쓰는 욜로족 관리소장은 설 곳이 없습니다.


3. 관리의 정체성(identity 正體性)을 확립하자
관리는 아무나 할 수 있고 주택관리사의 자격증은 그저 법령이 요구하니까 필요한 것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리소장이 전기도 못 고치고 발전기 작동도 못하며 수목의 전지작업도 못한다고 지청구를 주는데 관리소장은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방부 장관에게 대포를 쏘라고 하지 않으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철근을 배선하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대통령은 한 일은 물론 하지 않은 일도 책임지듯이 관리소장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며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라는 것이지 책임만 지라고 그 직책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경비원이나 미화원이 할 일을 관리소장에게 시키면 안 되고 해서도 안되며 입주민이나 동대표들이 관리업무를 해서도 안 됩니다. 관리소장의 업무에 대한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 인식시켜야 고용안정도 됩니다. 주택관리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관리를 하거나 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률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며 관리업무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일은 혼자할 일은 더욱 아닙니다. 관리업무는 혼자 좋으면 되는 욜로족이 할 일도 아니고 무작정 따라하는 레밍이어서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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