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칼럼 ① 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김영두 교수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본지는 이번 호부터 ‘김영두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영두 교수는 현재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직 중이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집중 연구해 대한민국 집합건물 관리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월 1회 연재되는 본 칼럼을 통해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관리체계를 정립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주자 등은 동별 대표자를 선출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고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구분소유자도 관리위원을 선출해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합건물을 관리하도록 한다. 공동주택도 집합건물이고, 입주자는 구분소유자이므로 입대의와 관리위원회는 동일한 기관이 아닐까?
이 문제는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양자의 관계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2013년 집합건물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관리위원회 제도가 없었다. 즉 규약과 관리단 집회의 결의에 따라 관리인은 혼자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집합건물의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관리인이 혼자 수많은 구분소유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면서 관리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구분소유자들이 자주 모여 관리에 관한 사항을 일일이 결정해 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합건물법이 관리위원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구분소유자의 대표자로 구성된 입대의, 운영위원회, 관리위원회 등이 실제로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과 집합건물법 사이에는 괴리가 있었다.
관리위원회 제도의 도입은 이러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함이었다.
2013년 집합건물법의 또 다른 주요 개정사항은 임차인의 관리 참여다.
집합건물의 규모가 커지고 임차인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구분소유자만으로는 관리가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합건물은 여전히 구분소유자만을 관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공동주택관리법과 마찬가지로 임차인도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고,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결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집합건물법이 개정됐다.
사실 2013년 집합건물법 개정의 주된 관심사는 공동주택관리법(당시의 주택법령)과 집합건물법의 이원화된 체계를 극복하고 법적 혼란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 매개가 된 것이 관리위원회 제도의 도입과 임차인의 관리 참여였다.
결과적으로 2013년 집합건물법의 개정에 의해서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은 상당히 접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위원회는 법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첫째, 입주자만이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있고 구분소유자만이 관리위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구분소유자의 배우자는 입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있지만, 구분소유자는 아니기 때문에 관리위원이 될 수는 없다.
둘째, 관리위원회는 관리단 규약에서 정하는 경우에만 둘 수 있는데, 입대의를 규정하고 있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은 과반수의 결의에 의해 제정·개정할 수 있고, 임차인도 결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집합건물 관리단의 규약은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찬성한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 면적도 4분의 3이 넘어야 한다. 서면으로 결의하는 경우에는 5분의 4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임차인은 규약의 제정에 참여할 수도 없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공동주택 관리규약은 집합건물 관리단의 규약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입대의는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다. 그런데 관리위원회는 독립된 단체가 아니라 집합건물 관리단의 기관이다. 집합건물 관리단이 권리능력 없는 사단에 해당한다. 이러한 차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두 법률이 서로의 존재를 무시한 채로 존재했던 시간만큼 간단한 차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과 집합건물의 조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차이는 언젠가 극복될 것이다.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서, 그 밖의 집합건물은 집합건물법에 의해 각자 관리되면 충분하기 때문에 두 법체계를 조화시킬 필요성의 유무에 대한 의문을 품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도 집합건물이기 때문에 양법의 적용 영역은 서로 중첩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의 개별난방을 지역난방으로 바꾸는 사업은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집합건물 관리단의 사업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입대의가 그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판례는 입대의가 집합건물 관리단의 위탁을 받아 공용부분의 변경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또 다른 예로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 실제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서 입대의가 구성돼 관리업무가 수행되지만 법적으로는 집합건물 관리단이 관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와 같이 두 법의 적용 영역이 중복되는 상황에서 두 법이 조화를 이룬다면 법 적용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난방방식을 변경함에 있어서 입대의가 관리위원회에 해당한다면 입대의는 관리단의 위탁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집합건물 관리단의 기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에서도 입대의가 구성되더라도 집합건물법이 적용돼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된다.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법 체계의 혼란스러움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크지만 돌아보면 두 법은 느리더라도 혼란을 줄이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 발전의 속도가 좀 더 빨라지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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