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전치사란 명사 앞에 놓여서 시간이나 장소, 방향 등을 나타내며 접속사란 단어와 단어, 구와 구, 절과 절을 연결해 주는 것이고, 감탄사는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춘하추동 4계절이 접속사요, 밤이 가면 낮이 오는 것이 감탄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관계요, 소통이요, 느낌에 관한 것들이 아닌가.
솔로족이니 욜로족이 늘어나면서 소통 부재의 시대가 오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그래서 이 시대의 화두는 ‘관계’인가 보다.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얽혀 있는 걸 관계라 하고 그 중에서도 사람과의 관계 즉 대인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일이 아니라 대인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주택관리사도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지도 모른다.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가 사람에게는 어렵나 보다.
이 세상에는 두 보물인 남자와 여자가 있어 남자관계, 여자관계가 복잡하다. 부적절한 관계, 이상한 관계, 은밀한 관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접속사, 그것 때문에 헤어지기도 하는 접속사.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접속사가 있고 그 때문에 행복하다는 접속사도 있다.
접속사는 양편을 연결시키는 관계다. 법률관계로 가기 이전에 삶의 스토리 앞에 시간이나 장소, 방향 등을 나타내는 전치사를 앉혀 심호흡을 하는 것도 삶의 지혜이리라.
그리하여 감탄사가 많은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어차피 관계다. 관계 속에 삶이 있다. 관계로 인하여 사랑이 있고, 관계로 인하여 가족이 있다. 관계로 인하여 직장이 있고, 관계로 인하여 사회가 있다. 관계로 인하여 잉태가 있고, 관계로 인하여 슬픈 이야기들도 많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베르테르의 사랑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관계 때문이다. 알베르트에게 총을 빌리고, 운명적인 사랑의 검은 눈동자를 지닌 로테의 손에 의해 건네진 그 총으로 베르테르는 사랑을 끝낸다.
사랑만이 운명이었던 여인 ‘테스’도 관계 때문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꽃처럼 아름답고 별처럼 영롱하고 순수한 테스, 원치 않는 관계의 엘렉, 운명적인 사랑의 앤젤, 관계는 생명을 담보로 한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많고 수많은 관계가 있어도 씩씩하게 돌아오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있다.
반전을 하는 접속사가 있어 세상은 감탄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전문가라는 중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말기 암 환자가 살아날 리가 없다. 그러나 의사도 깜짝 놀랄 기적도 있다. 그래서 감탄사가 있다. 감탄할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다. 기적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감탄사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있고, 지는 해를 바라 보며 이렇게 빨리 해가 질 줄 알았더라면 왜 아침 일찍 서둘지 않았을까 했다는 원효의 탄식도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사랑하고 꿈을 펼쳐야겠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갑자기 유명해졌다’는 시인 바이런의 ‘희망’이다.

폭풍이 부는 들판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서도 샘은 솟고
초토 속에서도 풀은 돋아난다.
밤길이 멀어도 아침 해 동산을 빛내고
오늘이 고달파도 보람찬 내일이 있다. 오! 젊은 날의 꿈이여 낭만이여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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