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텐부르크


독일에는 예쁜 길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도로가 바로 로만틱 가도(Romantische Straße)입니다. 로만틱 가도는 독일 중남부의 뷔르츠부르크(Wzburg)에서 시작해서 남쪽 끝 오스트리아 국경에 인접한 퓌센(Fusen)까지 이어지는 350㎞의 길입니다. 로만틱 가도를 지나는 것은 ‘낭만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길 중간에는 20여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독일 소도시의 달콤한 풍경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습니다.

 

 

로만틱 가도로 가는 길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은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을 로만틱 가도의 출·도착점으로 삼곤 합니다. 로만틱 가도의 시작점인 뷔르츠부르크와 도착점인 퓌센 모두 교통이 편리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도시를 여유롭게 둘러보며 여행하기에는 렌터카가 났지만 타지에서의 운전이 여의치 않다면 로만틱 가도의 대표적인 도시를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 마인강
▲ 마리엔카펠

헤르만 헤세가 사랑한 그곳

‘독일의 프라하’로 불리는 뷔르츠부르크는 마인강을 끼고 있는 고풍스러운 도시입니다.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는 ‘다시 태어난다면 뷔르츠부르크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뷔르츠부르크 여행은 마르크트 광장(Markt Pl.)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광장 주변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붉은 색으로 치장한 마리엔카펠(MarienKapelle) 예배당으로, 뾰족하게 솟은 첨탑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입니다. 뷔르츠부르크의 유일한 궁전인 레지덴츠(Residenz)는 이곳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레지덴츠는 바이에른 공국을 통치했던 비텔스바흐 왕가의 궁전이었던 곳으로, 현재는 궁전 박물관으로 일반인에 공개돼 있습니다. 천장의 프레스코화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의 걸작이니 놓치지 말고 감상해야 합니다. 뷔르츠부르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알테 마인교(Alte Mainbrucke)입니다. 건너편 언덕 위에 중세의 마리엔베르크 요새(Fortress Marienberg)가 보이고 오래된 다리를 따라 성인들의 석상이 늘어선 풍경이 꼭 프라하의 까를교(Charles bridge)를 떠올리게 합니다. 뷔르츠부르크는 독일의 와인 중 가장 남성적인 맛을 자랑하는 프랑켄 와인의 대표적인 산지입니다. 알테 마인교의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프랑켄 와인이 한 잔씩 들려있습니다. 다리 입구에서 프랑켄 와인을 잔으로 판매하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와인 한 잔이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참 낭만적입니다.

 

▲ 케테 볼파르트
▲ 슈니발렌

 

로맨틱한 중세 마을

독일의 수많은 관광지 중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는 로텐부르크는 ‘로만틱 가도의 보석’이나 ‘동화 속 마을’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낭만적입니다. 동글동글하게 닳아버린 돌길과 구시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성벽, 알록달록하게 단장한 건물…. 이곳에서만큼은 ‘로만틱 가도’를 ‘로맨틱 가도’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로텐부르크의 중심인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의 시청사(Rathaus) 시계탑에서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작은 인형극이 펼쳐집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이벤트지만 소소한 재미가 느껴집니다. 시청사 뒤에 있는 크리스마스용품점 케테 볼파르트(Kathe Wohlfahrt)에서는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기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실 로텐부르크에는 도시 이름보다 유명한 명물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과자인 ‘슈니발렌(Schnee Ballen)’입니다. 둥글게 튀긴 과자에 슈가 파우더를 뿌린 과자는 크기도 큰데다가 겉면이 딱딱해서 봉투에 넣은 뒤 부셔서 먹어야 하는데, 과자를 부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슈니발렌의 고향답게 그 맛도 훌륭합니다. 로텐부르크는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곳입니다. 일정이 바쁘지 않다면 하루 정도 머물며 중세의 낭만에 흠뻑 취해보세요.

 

▲ 딩켈스뷜
▲ 성 게오르그 성당

시간이 멈춘 마을

딩켈스뷜(Dinkelsbuhl) 역시 로텐부르크처럼 독일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화려한 로텐부르크와는 달리 담백한 느낌으로, 관광보다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입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전혀 파괴되지 않은 덕분에 마을에 들어서면 꼭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모습을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집과 창문의 색깔이 지정된 것은 물론이고 간판의 글씨체는 꼭 로만고딕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대단합니다. 마을의 자랑거리는 성 게오르그 성당((St.-Georgs-Kirche)입니다. 성당의 탑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탑에 오르는 길이 가파른 탓에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하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고생을 보답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chaey.net)


◈INFORMATION
-독일 바이에른 주 관광청 : www.bayern.kr
-로만틱 가도 홈페이지 : www.romantic-road.com
-로만틱 가도 버스 : 로만틱가도관광협회가 운영하는 버스로 프랑크푸르트에서 퓌센까지 이어지는 로만틱 가도를 운영하며 하루에 1번, 약 12시간 동안 25개 도시에 정차한다. 1년 중 가장 날씨가 맑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운행하며 티켓은 개시 후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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