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단군 이래 최고의 중추절. 열흘간의 한가위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긴 휴가를 맞아본 세대가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역사적인 기간이다.
기본 추석연휴는 10월 4일(음력 8월15일) 전후 3일간. 여기에 개천절 대체휴일과 한글날까지 더해 일주일의 황금연휴가 주어졌다. 게다가 정부가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덕분에 앞뒤 주말을 합해 열흘간의 휴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황금’이란 말로는 부족한 ‘다이아몬드 연휴’가 아닐 수 없다.
간혹 ‘너그러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연차를 끼워 장기휴가를 다녀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단 하루의 연차도 쓰지 않은 채 이렇게 긴 연휴를 맞이하는 건 매우 희귀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도 공무원과 대기업 등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나 국한되는 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자영업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고, 회사원이라 해도 운수업이나 영화관, 놀이공원 등에 종사하는 사람은 연휴가 길수록 더 바쁘고 힘들다.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관리사무소장과 관리과장, 경리주임, 미화원 등의 일근직 노동자들은 연휴를 누리겠지만, 기전기사와 경비원 등의 24시간 교대근무직은 남의 일일 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맞교대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연휴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명절에 사무업무가 잠정 중단되는 건 입주민이 이해하지만, 휴일이라도 실생활에 직접적인 불편이 생기는 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연휴가 닥치면 그에 따른 대비책을 잘 세워둬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일은 쓰레기 대책이다. 명절이면 선물세트 포장재 등이 크게 는다. 특히 온 가족이 모여 여러 음식을 대량 준비하므로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난관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연휴기간 중 쓰레기 특별대책을 세워두고 있지만, 원 추석기간인 10월 3일부터 5일까지는 환경미화원들도 쉰다. 하필 이때 음식물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파트에선 배출자제 등 주민 홍보를 철저히 해야 악취와 벌레 발생 등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연휴기간엔 당직기사도 나태해지기 쉽다. 이런 때 전기, 수도, 승강기, 부스터펌프, 소방설비 등의 점검을 게을리하면 사고확률이 높아진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정전이 되거나 수돗물이 끊기면 아파트 단지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한다.
방범대책이나 화재대책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대형사고는 휴일이나 한밤중 또는 축제기간 중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당직근무를 서는 경비원과 기사들이 남들 쉴 때 더욱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입주민들도 이들 근무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송편 몇 개, 따뜻한 전 몇 조각을 나누면 더욱 좋겠지만, 친절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명절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안과 격려가 된다.
관리사무소에서도 장기간 업무중단에 따른 입주민 불편이 없도록 사전조치하고 안내문 부착과 방송은 물론, 사고 발생 시 응급처치 요령과 비상연락망도 면밀하게 점검해 둬야 한다.
이번 연휴엔 날짜에 따라 고궁이 무료 개방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된다. 영화관과 놀이공원에서도 각종 할인혜택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입주민 안전엔 무료도 면제도 할인도 없다.
사고는 나태와 방심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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