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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오정순l승인2017.09.20 16:00:20l10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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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순  수필가

한 나라의 표정은 공항에서 읽을 수 있고 한 사람의 표정은 얼굴의 인상에서 드러난다. 표정은 살아온 세월을 짐작게 하고 현재의 정서 상태를 반영한다. 첫 만남에서는 이목구비의 형태미보다 안정감 있고 편안한 인상이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한 표정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그 나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 나라 사람들의 표정을 결정짓는다. 전쟁을 치른 후라거나 경제격변을 겪은 후에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울하다. 길면 일시적 표정이 아니라 내면화돼 인상으로 굳어버린다.  
슬픔을 표현하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삭힌 사람의 얼굴에서는 슬픈 표정이 만들어진다. 한번 결정된 표정이 변하려면 하세월 마음수련을 겪어야  가능하기에 매 순간순간 버리고 취하기를 반복하면서 표정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인생을 관리하는 것은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인데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좋은 일마저도 대놓고 좋아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남몰래 웃고 산 사람은 표정이 항상 생글거리고 생동감이 있다. 그만큼 표정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내면의 결이다.
삶이 풍족하고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어린이가 사랑스러운 표정이 돼 만인의 인기를 얻었다. 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더니 서서히 얼굴에 어둠이 깔린다. 공부가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부모의 인정도 떨어졌다. 점수가 개입되면 예전과 달리 단호해지기도 하고 나무람도 곁들여져 서로 간의 신뢰도를 낮춰버리게 된다. 아이들의 천국은 서서히 멀어져만 간다. 현실이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하는 입장일지라도 순간순간 인정하며 행복감을 깃들여준다거나 스스로 만들어 가지는 즐거움이 끼어들어야 하는데 보호자가 느긋하게 돌보면서 지낼 입장이 못 되면 아이는 반복적으로 다그침을 받아야 한다. 오죽하면 급훈이 “엄마가 보고 있다”일까.
그러한 상황의 누적치로는 오래도록 버티기가 어렵다.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어둠을 양산하게 될 것이며 점점 존재할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비극의 시초다. 학습장에서 상위권일지라도 서열이 매겨지면서 늘 불안이 기저에 깔리게 구조화돼 있어 이러한 정서상태가 국민의 행복지수가 되고 만다. 누가 뭐래도 낮은 행복지수가 나올 것은 자명하다.
삶에 당당하지 못한 표정이 도처에 보이고 유행가 가사를 들어보면 아이들의 정서가 비틀리거나 왜 꼬여서 자꾸만 어른들을 따돌리고 싶어 하는 정서가 만연하다. 표정과 맞물리는 문화양상이 보인다.   
아이나 어른이나 성적이 가로놓이면 경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질병이 없고 배고프지 않아도 행복할 수 없는 현실, 그 우울감이나 못마땅함은 자라는 아이들에게서 폭력으로 발산되거나 내면화돼 표정을 어둡게 만든다.
텔레비전에서 이주노동자 가족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아빠를 찾아오는 프로그램을 봤다. 네팔의 아이들이 놀랍도록 밝고 당당하다. 잘 웃고 생기가 넘친다. 전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 같지 않았다. 행복해 보였다. 옛 어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반듯하다’에 속한 모습이다. 
작업현장의 아버지도 긍정적이고 밝아 보였다. 그들 가족은 침침하고 우울하지 않았다. 나는 내내 그 아이들의 표정과 자세에 집중했다. 경제수준이 높지 않아도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로 여행가들 사이에서 가봐야 할 여행지 1순위로 네팔이 꼽힌다.  
모든 국민이 힌두교와 불교의 조화 속에서 살며 물질에 대한 애착이 적다고 한다.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고 물질이 넉넉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너나없이 신에 의지하며 마음은 오히려 넉넉해질 수는 있다.
지역 간, 계층 간 사는 차이가 심하면 위화감으로 골이 깊어지고 극복되지 않으면 부럽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서 어둡게 만든다. 이때 파생되는 내적 변화는 불안 초조 내지 노이로제며 이러한 상황에서 극한으로 몰리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정신적 결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무한 걱정에 놓인 오늘날의 우리나라 학생들은 표정 관리를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을 튼튼히 해 다가온 현실에 묵묵히 시간에 자기 그림을 그려가며 기다리고 견디는 힘을 길러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꿈도 마음먹으면 이뤄진다.   
 

 

오정순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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