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32>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단속(斷續)적 근로라는 개념은 철도가 생기면서 철도건널목에서 기차가 오면 차단기를 내려 차량과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하고 열차가 오지 않는 시간 동안은 대기하는 업무를 하는 철도건널목 안내원의 근무형태를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뤄져 휴게시간 또는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 됐습니다.
1. 대기도 근무의 연속이다.
경찰은 사건이 없으면 순찰만 하고 아파트의 기전실 직원은 일이 없으면 종일 대기만 합니다. 그런데 순찰은 범죄를 예방하니 일이고 기전 직원의 대기는 논다고 생각합니다. 기전실 직원의 업무는 난방설비, 급수설비, 배수설비, 전기설비, 배관, 어린이놀이시설, 보도블록 등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 없는 시설물의 상태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기계설비도 완벽하지 않고 사용자인 입주민들은 설비의 구조를 모르며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프로그램을 몰라도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이용해 작성한 후 저장, 인쇄, 전송한 후 끄는 방법만 아는 것처럼 말이지요. 단속적 근로자는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된 것을 유지, 보수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항상 점검하고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고장 전에 부품을 교환하며,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서 잘 움직이면 그때는 대기합니다.
2. 단속직 근로자의 휴게
단속직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을 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휴게는 ‘업무로부터 자유로운 휴게’만을 휴게로 인정한다고 판결해 ‘직장이탈의 자유’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직원 수가 많으면 교대로 휴게를 할 수 있지만 1명씩 2교대 근무를 하는 단지도 많은데 휴게시간 동안 시설물은 관리자가 없는 상태에서 방치될 수밖에 없는데 휴게 중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장기수선계획의 교체주기는 오랜 경험과 과학적 기준에 의해 내구연한을 정한 것이지만 관리비 절감이라는 핑계로 적정한 보수와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승강기나 배관 등의 교체주기가 15년이라도 사용자의 부적절한 사용방법, 우기, 혹한 등 기상의 변화 등에 의해 크고 작은 오작동이나 고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관리의 눈을 뗄 수 없는데 최저임금의 관리비 부담 때문에 안전을 담보로 휴게를 줘야 하는 현실은 답답합니다.
3.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2018년 휴게시간 없는 최저임금 320만원은 500가구 이하 관리소장의 급여 수준인데 향후 4년 이내에 최저임금은 1만원이 될 것입니다. 기전기사와 관리소장의 급여가 같을 수는 없으니 입주민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요? 상근직원을 없애고 누수·누전·화재탐지·정전·단수·난방 등 모든 설비에 자동감지 시설을 설치하고 전문관리회사에 맡겨야 할까요?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안전관리자의 직무에 관한 고시는 유자격자의 선임과 고가의 장비에 의한 점검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기 등기구 설치 또는 교체 등은 전기공사업자가 아닌 자가 할 수 있는 경미한 전기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기공사업법 제3조를 유권해석함으로써 단지에서는 전구는 교환할 수 있으나 등기구 교체는 공사업자에게 의뢰하라는 것입니다. 안전을 위한 제도는 필요하고 중복체크를 하는 리던던시(Redundancy)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문제는 아파트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능력입니다. 법령으로 등기구 교체도 하지 못한다면 직원이 상근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제도가 어떤 한 가지 목적만을 강조하면 다른 쪽에서는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최저임금과 전기안전 관련 제도로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기전실은 어떻게 변할까요? 간단한 보수도 전기공사업체에 맡기고 관리소장과 전기과장만 남아 점검만 하라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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