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  보  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 대구시회장

서울에서 와우아파트가 붕괴된 사건(1970년 4월 8일 오전 8시 20분경부터 무너졌으며 입주자와 인부 등 70여 명 가운데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사)이 있었다. 아파트라기보다 조그마한 연립주택 규모를 조금 벗어난 공동주택이었다. 이때 건립된 건물의 난방은 연탄보일러(19공탄)로 개별난방식이며, 아파트라고 해 관리기구의 구색을 갖추지 못하고, 설비기사도 없이 관리소장의 역할을 통장 또는 반장이 관리비나 부과하고 전기사용료 검침이나 하는 정도였다.
1970년도 후반부터 경제 발전으로 건설 붐이 일어나고 본격적으로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 5층 건물, 연탄보일러에 개별난방식으로 시작한 것이 점차 발전하게 돼 1980년도를 전후해 고층아파트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중앙집중식이라고 해 벙커-C유 보일러로 난방이 되자 사업주체에서 안전을 위해 자격증이 있는 전기기술자가 등장하고 설비기사가 상주하는 근무체계가 이뤄지면서 관리소장이라는 책임자를 두게 됐다. 그러는 동안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공동주택을 운용하면서 관리소장 이하 직원들의 인권은 보호받을 곳이 없어 고작 노동부에 의존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럴 즈음 건설업체 및 사업주체가 준공시킨 건물에 하자가 발생해도 제대로 신속하게 하자보수가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으니 입주자들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보호를 받지 못해 권리를 찾기 위해 목청을 높이며 아파트 자치관리위원회(법적 구속력 없음)를 구성해 직원 인사 및 관리소장 바꿔치기 등 온갖 횡포를 부렸다. 소장들은 신분을 보장받기 위해 기술 축적과 업무정보 교류를 위한 관리소장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모임을 해도 뚜렷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저층 관리소장들은 따로 모여 앉아 “당신네 아파트에서는 5층까지 연탄 한장당 얼마에 올리느냐”고 하며, 고층아파트 소장들은 “당신네 아파트는 벙커-C유를 리터당 얼마에 공급받느냐”고 하는 등 유류회사와 공급단가를 낮추기 위해 경쟁하는 정도의 업무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고급 아파트이니 인력관리와 시설 및 안전관리로서의 업무가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이때 소수의 못난 자치위원장들은 할 일 없이 매일 관리사무소를 차지하고 앉아 커피나 마시면서 갑질과 거드름을 피우고 책임질 수 없는 간섭을 하며 황제 노릇을 하면서 정유회사를 찾아다니고, 아파트에서 소모되는 자재를 위원장이 직접 구매하러 다니며 돈맛을 알게 됐다. 한술 더 떠서 회계직원, 설비직원, 관리소장 채용 등에 개입해 뒷돈까지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므로 직원들은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는 직업으로서 하루살이로 전락해 자치위원장의 눈치만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고,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아파트 발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의 높이만큼 많은 발전이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중앙집중식에서 열병합발전과 함께 도시가스 개별난방으로 변화하니, 자치위원장은 점점 사라지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식적으로 발족하게 된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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