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현장 관리자와 직원, 그리고 경비원과 미화원 등에게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로서의 어려운 점을 묻는다면 아마도 수십 가지의 답이 나올 것이다.
그 중의 하나는 공용부분의 관리가 어디까지 미치느냐 하는 것이다. 관리사무소의 업무범위는 공용부분에 한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생활을 처음 접하는 입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내등이 나가도, 샤워꼭지가 새도, 변기가 막힐 때도 관리사무소를 호출한다. 관리사무소에선 노인가구나 장애인가구의 경우 기꺼이 돌봐주기도 하고, 보통의 가정엔 관리업무의 범위를 설명한 후 집안일에 대해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안내하지만 설명하는 직원도, 듣는 입주민도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관리직원의 입장에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모든 가구의 민원을 일일이 해결해 주려면 본연의 업무를 볼 수 없게 된다. 입주민 입장에서 집안일까지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한다면 직원 수를 몇 배로 늘려야 하고, 그 부담은 당연히 관리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개인 소유와 공동 소유의 구분이 뚜렷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동주택만의 작은 불협화음이다.
그런데 개인의 집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용부분으로 분류되는 시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스프링클러다. 스프링클러는 실내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천장에서 물을 뿜어내 불길을 초기에 잡는 대표적인 소화시설이다. 일반 단독주택에 설치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고층 공동주택엔 없어선 안 될 필수장치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날로 높아져 가는 초고층건축물에서 대형 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대단히 효율적인 시설이 바로 스프링클러다.
문제는 공용부분으로 분류되는 이 중요한 설비가 집안에 설치돼 있다는 데 있다. 아파트가 새롭게 건설돼 새집으로 전입하는 상당수의 입주민들은 기존의 실내 장식물을 뜯어내고 자기만의 취향에 따라 고가의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개의 시공업자들은 중요 시설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공사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일정에 쫓겨 설비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천장에 반자를 설치할 때 스프링클러 헤드가 가려지거나, 살수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높낮이 조절을 대충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실내 화재 초기진압에 치명적이 된다. 집에 사람이 없거나, 모두 깊이 잠 든 한밤중에 불이 난다면 한 건물 모든 입주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민이 이런 위험을 모른 채 잘못된 인테리어를 방치하면 관리사무소 역시 알 길이 없다. 정기적인 소방점검이 실시되지만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엔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십년이 넘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관리자들과 소방점검자들은 모든 집안에 일일이 들어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고, 입주민들은 막연히 우리 집은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방심하고 있다. 그러다 작은 사고라도 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좀 더 강력한 대책과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위험도 함께 수직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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