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라리 Ⅰ] 별 쏟아지는 산촌 오지 기행

이성영l승인2017.09.06 18:00:46l수정2017.09.11 14:42l10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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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한 뼘 하늘에 별들이 쏟아지면 도라지밭에 달맞이꽃 개망초 삼색 꽃이 핀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이 마치 그림처럼 사방으로 펼쳐 있어 화암이라는 지명을 얻었다. 화암팔경 제1경인 광대산 광대곡을 시작으로 어천의 물줄기를 따라 몰운대, 소금강, 화암동굴의 비경을 지나 우측의 작은 다리 오산교를 건너 버스 한 대 겨우 지나갈 꾸불꾸불한 임도 같은 길을 오른다.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넝쿨 얼크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시냇물 구비치는 골짜기 휘돌아서 불원천리 허덕지덕 허우단심 그대를 찾아왔건만 보고도 본체만체 돈담무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서양의 랩처럼 빠르게 이어 부르는 엮음 아리랑처럼 숨 가쁘게 차로 오르니 해발 700m인 문치재에 이른다. 산들만 빼곡하고 길도 없을 것 같아 산 아래를 내려 보니 구불구불 협곡 사이 길만 희미하다. 문치재는 북동리로 넘어가는 관문으로 ‘아라리 힐’이라는 새로운 지명을 얻었다. 올 봄에 ‘아리랑 힐 페스트 롱보드 다운힐 세계대회’를 열어 정선의 오지가 세계에 소개 된 덕분이다. 구불구불한 내리막 길옆의 경사진 산자락에 더덕이며 곤드레 농사를 짓는 밭이 있어 산골마을이 있다는 짐작일 뿐 첩첩산중 겹겹이 산이다.

 

▲ 덕산기계곡 트레킹


매미 똥구멍 산이 있는 마을

▲ 광대곡

금방 쪄 낸 옥수수를 건네며 G갤러리 김화백은 재치 있고 구수한 입담으로 “빼꼼히 솟은 저 봉우리를 동네 사람들은 매미똥구멍 산이라고 불러요.” 그러고 보니 삼각형으로 솟은 봉우리가 영락없이 매미가 거꾸로 하늘로 꽁무니를 드러낸 모습이다. 몇 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김형구 화백은 폐교인 북동분교를 갤러리로 만들어 지역 발전에 힘을 쏟으며 정착했다. 띄엄띄엄 산자락의 농가들 사이에서 갤러리는 해바라기 꽃 같은 모습으로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북동리를 알린다. 덕산기계곡 상류인 이곳은 한때는 금광이 있어 백패커들 사이에 전설의 ‘엘도라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덕산기계곡은 그래도 많이 알려졌지만 북동리를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보통 계곡 하류인 덕우리 대촌마을의 옥순봉과 덕산교에서 트레킹이 시작되어 교통편의상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북동리 길의 끝 지점인 북동교는 덕산기계곡과 옻물샘으로 알려진 함바위골의 갈림길이다. 이 부근은 몇 년 전 아이들과 야영을 하며 별이 쏟아지는 풍경을 보았던 곳이다. 사방 이십 여리 불빛도 없는 곳이니 별들의 선명한 별자리와 별똥별. 은하수와 자갈밭으로 잔잔히 흐르는 개울 물소리에 지금도 아이들은 그곳을 기억한다. 올해부터 함바위골과 덕산기계곡은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됐다. 그나마 덕산기계곡은 트레킹만은 허용됐으니 천천히 길을 따라 간다. 덕산기란 이름의 유래는 옛날에 덕산(德山)이라는 도사가 이곳에 터(基)를 잡았다고 해서 덕산기가 됐다는 전설과 원래 큰 산이 많은 터라 덕산 터라 부르던 것이 바뀌어 덕산기(德山基)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태고의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한 명소다. 덕산기계곡은 돌이 많은 건천이다 보니 비가 없는 날이면 물은 땅속 깊이 흐르고 이끼 없는 돌과 자갈들은 햇빛에 하얀 계곡의 사막을 만든다. 강우량이 넉넉하면 트레킹, MTB 마니아들의 성지가 된다. 답답하지 않을 정도의 비교적 넓은 계곡과 숲길. 옥빛의 물로 걸어가는 시원한 야성의 스릴을 즐기다 돌밭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푸른 바람은 산줄기를 지난다.  “아침 저녁에 돌아가는 구름은 산 끝에서 자고, 예와 이제 흐르는 물은 돌부리에서 운다. 서산에 지는 해는 지구 싶어지나, 정들이고 가시는 님은 가고 싶어 가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덕산기계곡의 숲속책방 (나와 나타샤와 책 읽는 고양이)

산과 강과 숲길. 때로는 사막 같은 너덜길. 층암절벽인 뼝대로 둘러쳐진 12km의 구간은 띄엄띄엄 집들이 몇 가구 밖에 없는 물길과 숲길로 가는 오지다. 그동안 민박집으로 알려진 ‘정선애인’ 자리에는 이 곳이 고향인 강기희 작가가 ‘나와 나타샤와 책읽는 고양이’라는 숲속책방과 찻집을 열었다. 나무 냄새나는 가지런한 책 진열장에는 클래식 음악이 들리고 오가는 이 별로 없는 이곳에 또 다른 주막 같은 휴식을 준다. 아리랑~ 아리랑~ 물과 길은 높은 산들을 돌고 돌아 산자락 도라지밭엔 꽃이 피고 별 쏟아지는 밤이 그곳에 있다.


 

 

이성영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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