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정  채  경

산 밑 농가에 앉아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구별할 때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의 소리가 내 공간을 에워싼다
노랑나비 흰나비들이 유리창 앞을 왔다 갔다
분명 어제 본 나비들인데

마당 귀퉁이 백구가 쏜살같이 쥐를 덮쳤다
백구의 장난감이 된 쥐는 이미 패닉상태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 하는데

흡사 새끼사자를 연상시키는 눈빛은 어슬렁 어슬렁
기진맥진 던져진 쥐에겐 관심도 없다
마당에 날고 있는 노랑나비를 쫓아 사뿐 사뿐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당기고 꼬리를 내린 채 한발 한발
사냥감의 방심을 읽었을 순간
마당이 패일 만큼의 날렵하고 유연한 몸짓으로
점프, 허공을 가르며 앞발로 나비를 낚아챘다

고양이를 왜 나비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때
나비가 노란 꽃을 물고 45도 각도로 눈빛을 틀어
내가 있는 유리창 앞을 유유히 응시하다 사라진다

마당엔 다시 하얀나비가 날고 까만 물잠자리도 끼어들고
작년에 퉤, 입에서 뱉어진 수박씨가 넝쿨을 뻗어
제법 나비가 굴리고 놀 수 있는 털실뭉치만한 수박
햇볕에 몸집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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